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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집인데"…강동구 이동노동자쉼터 폐쇄에 반발
기사 작성일 : 2023-03-26 09:00:39
강동구 이동노동자 지원센터


[촬영 최원정]

오보람 기자 최원정 수습기자 = 서울 강동구청이 이동노동자의 휴식 공간인 지원센터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대리운전·배달 기사 등 이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강동구청 등에 따르면 강동구 길동에 있는 이동노동자 지원센터가 오는 5월 말 문을 닫는다.

이곳은 2019년부터 이동이 잦은 비정규 노동자에게 휴식 공간으로, 또한 금융·주거·건강 등 각종 상담 창구로 역할 해왔다. 하루 평균 50여명이 꾸준히 이용해온 시설이다.

하지만 운영 주체인 구청은 서울시 지원이 없어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 오토바이를 타는 배달 기사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는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센터 폐쇄를 결정했다.

센터 이용자들은 "취약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휴게시설조차 없애려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장 직속 소통 창구인 '강동구에 바란다' 홈페이지에는 이용자들의 항의 민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용자 104명은 센터 폐지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구청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센터에서 만난 20년 차 대리기사 이종호(69)씨는 "내게 센터는 동료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몸도 녹일 수 있는 '사랑방'이자 '제2의 집'"이라며 "센터가 없어진다고 하니 답답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체 장애 5급인 이씨는 센터를 통해 여러 복지급여 혜택을 처음 알게 됐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센터에서 주거복지상담을 마치고 나온 대리기사 김모(68)씨는 "쉼터가 생기기 전에는 (호출을 기다리는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 안에 들어가 추위와 더위를 견뎠다"며 "여기가 문을 닫으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성종 전국이동노동쉼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구청 측이 전체 예산에서 극히 미미한 운영 비용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쉼터는 차로 30분 거리인 서초구 서초동에 있다. 마포구, 은평구, 중구, 서대문구 등에서 쉼터가 운영 중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시에 공문을 보내 서울 동남권을 아우르는 쉼터 운영을 건의했다"며 "다른 자치구 사례도 참고해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이동노동자 지원센터에서 휴식하고 있는 사람들.


[촬영 최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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