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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처럼 연금수급연령 늦출까…"고령자 고용 양-질 개선부터"
기사 작성일 : 2023-03-26 09:00:40
생계비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노인·노인 노동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김병규 기자 = 국민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는 정부 내 위원회에서 고령자 지원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령자 고용의 양, 질, 제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고 그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한 뒤 수급개시 연령을 더 늦출지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26일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8차회의 자료를 보면 이 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살씩 늦춰지게 설계돼 있다.

이런 수급개시 연령을 추가로 더 늦추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고령자 노동의 질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긴 연금 개혁안을 추진해 반발이 거세다.

회의에서 주은선 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 교수)은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단순히 연금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으로만 보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고령노동 및 은퇴에 관한 과감한 제도 개혁과 연계해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은 "2033년에는 정년 후 연금을 수급하는 소득단절 기간이 5년에 달하게 되지만, 정년제, 재고용제도, 연령통합적 작업장 환경조성 등 고령자 경제활동 활성화에 필요한 여건은 미비하다"며 "예정된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고령자 고용 및 은퇴제도의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에 따르면 2013년 정년의무화법이 발표됐지만 정년제 적용 사업장의 비율은 20% 수준으로 낮다.

중고령자 고용률은 다른 주요국보다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55~64세 고용률은 평균 포인트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의 해당 연령대 고용률 증가폭은 포인트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1년 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평균 보다 2배 이상 수준이지만, 고용의 질은 낮은 편이다.

국민연금공단의 2021년 보고서 '고령노동과 노후소득보장 수준이 빈곤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안서연 외)에 따르면 한국 55~64세 5명 중 2명(40%)이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런 비율은 OECD 평균인 10%보다 4배나 높다. 한국의 노인빈곤율 역시 2020년 로 OECD 평균 (2019년 기준)보다 배 높다.

[그래픽] 노인빈곤율 추이


박영석 기자 = 국민연금연구원의 'NPRI(국민연금연구원) 빈곤전망 모형 연구'(안서연·최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던 노인빈곤율은 2025년 에서 조금씩 낮아져 2075년 까지 내려온 후 다시 상승해 2085년에는 를 기록할 것으로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주 위원은 "2033년까지 1차 (수급개시 연령) 조정과 이후의 추가 조정 여부를 결정하고 추진하기 위한 정책기획-집행-평가기구가 필요하다"며 "1차 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고령자의 일, 노동시간, 작업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결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해 수급개시 연령 추가조정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성혜영 위원(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입연령 상한을 늦추는 방한과 관련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 및 고용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이들의 소득수준도 점차 나아지는 경향이 확인돼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며 "수급연령 조정에 따라 임의계속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입연령 상한 조정에 따라 가입기간이 증가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연금액 면에서 개인 편익이 증가한다"며 "가입연령이 법정 정년과 연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할 법정 정년과 무관하게 먼저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성 위원은 "세부적인 조정안은 연령별 고용 여건과 전망, 현 수급개시 연령 조정 스케줄을 고려해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고령자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한 위원회로, 가입자 단체와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와 정부 위원 등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연금개혁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7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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