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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한강사업 전담기구 검토…시장 바뀌어도 지속"
기사 작성일 : 2023-03-26 12:00:35
코펜하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 중이던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현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의 활용도를 높이는 이른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전담할 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0여년전 자신이 사퇴한 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무산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장에 동행한 국내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시장이 바뀌더라도 한강변이 시민에게 사랑받고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지속 가능한 공식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출장에 앞서 이달 9일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과 한강 횡단 곤돌라 추진 등을 담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후속이다.

한강르네상스는 한강공원 정비·생태공원 확충 등의 성과를 냈지만, 대표 시설인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은 2011년 오 시장의 중도 사퇴 후 3년간 운영이 중단됐고, 서울항 조성 사업은 무산됐다.

오 시장은 "15년 전 한강르네상스가 철학을 달리하는 후임 시장(박원순)에 의해 거의 무화(無化)하는 바람에 10년 동안 한강변에 큰 변화 없었다"며 전담 기구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그레이트 한강' 설명


홍해인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월 9일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특히 세빛섬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빛섬은 2011년 5월 부분 개방했지만 그해 8월 오 시장이 사퇴한 후 운영사 선정 취소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후 시와 최대 출자자인 효성이 운영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약 3년 만인 2014년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오 시장은 "세빛섬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후임 시장은 선거운동 때부터 세빛섬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십만명이 이용한 상황에서 3년간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놔둔 것은 냉정하고 잔인했다"며 "시민에게 잘못된 재앙과도 같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앞서 제2세종문화회관에 시민을 위한 전망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세빛섬에도 누구나 옥상에서 무료로 전망을 즐기도록 동선을 확보해놨는데 영업을 못 하게 하는 바람에 이제 와 다시 그 동선을 살리라는 말을 못 하겠더라"며 "(민간 투자사인 효성이) 시에 소송을 제기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펜하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 중이던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 사업 전담 기구 아이디어는 이번 출장 기간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시의 하펜시티 프로젝트에서 얻었다고 했다.

1997년 시작된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함부르크 엘베강과 인접한 항구 인근의 노후 창고와 공장을 사무실·호텔·상점·주거지로 되살리는 155만㎡ 규모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2017년 개관 후 함부르크의 명소가 된 공연장 엘프필하모니가 대표 성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함부르크시에 속한 하펜시티 유한책임회사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오 시장은 "하펜시티 주식회사를 만들어 20∼30년 정도 계획을 갖고 꾸준하게 일관되게 수변개발을 해왔다는 사실에서 큰 인사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내 한강사업본부 신설과 별도 법인 건립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별도 법인 가동에는 최소 1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SH공사 한강사업본부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여러 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별도 독립 조직을 만들면 이익이 남는 사업에서 얻은 흑자를 적자 사업에 투입할 수 있어 특혜 시비가 사라지고 민간에서 걷어갈 이익을 고스란히 시민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함부르크 수변개발현장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함부르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변도시개발 현장인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논평에서 자연 훼손과 혈세 낭비를 이유로 한강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이겠다"고 일축했다.

오 시장은 "한강르네상스를 시작할 때도 많은 환경단체가 반대했지만 10여년간 한강 생태계가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수치가 증명한다"며 "시즌2에서는 더욱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물종의 다양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강 수상버스에 대해서는 "기술이 좋아져 우리가 계산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운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따릉이와 킥보드 등이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해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계기만 마련되면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도 한다"며 "기존 수상택시는 제대로 투자를 안 해서 운영난을 겪었지만 (수상버스는) 그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세훈, 코펜하겐서 '한강 아트피어' 구상 공개


(코펜하겐=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브뤼게섬의 부유식 해수풀장(Harbour bath)을 찾은 뒤 가칭 '한강 아트피어'(Art Pier)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한강 아트피어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 프로젝트 대부분은 대선이 있는 2027년 이전 착공한다. 이를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사업을 잘게 잘라서 투자심사 등 절차를 우회해서라도 더 빨리 진행했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착공 속도가 내 성에는 차지 않지만 정상적·합리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가 가진 가장 큰 밑천이 한강"이라며 "현재 계획하는 것도 부족하다. 어떤 아이디어도 포용해 한강을 활용해 시민 행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앞서 방문한 코펜하겐의 창의산업 지원공간 블록스허브(BLOXHUB)를 서울에 도입하는 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18년 개관한 블록스허브는 도시건축, 설계, 디자인 등 창의산업 전반을 지원한다.

그는 "창의산업은 반도체나 바이오 못지않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서울산업진흥원 내 창의산업지원조직을 만들지 별도 법인으로 할지 장단점을 따져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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