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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돈바스 수복 후 종전 희망?…방법은 오리무중"
기사 작성일 : 2023-03-28 11:01:00
바흐무트 인근 최전선 참호에 앉아있는 우크라 병사들


(바흐무트 AP=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26일(현지시간)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 인근의 참호에 들어가 있다. 최근 영국 국방부는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군 공격이 크게 잦아들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도 이 지역에서 양측의 충돌 건수가 하루 평균 30∼50건에서 20건 아래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임화섭 기자 =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수복 후 종전을 희망하고 있으나 방법이 안 보여 고민 중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봄에 반격전을 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통제력에 '구멍'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희망사항이다.

이론상으로는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면 러시아가 2022년 2월 침공 개시 후 점령한 돈바스 지역을 내놓도록 평화협상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평화조약이 이처럼 깔끔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서방 측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한 쪽이 패배하거나 힘이 빠져 휴전을 요구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훨씬 개연성이 높으며,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많은 외교관의 관측이다.

전쟁이 끝난다면 러시아에 어떤 것을 요구할지에 대해서도 서방측 지도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러시아에 굴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의 군사력을 영구적으로 약화해야만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양측 모두 각자 자국의 미래가 걸린 '실존적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서방 외교관들의 관측이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달 초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푸틴은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계산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또 2024년 미국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돼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푸틴이 '버티기'를 택한 배경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 미국·러시아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다가 인도 등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 경제가 버티고 있는 요인이다.

푸틴은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점령, 2015년 시리아 내전 군사개입 등에서도 서방측 압력에 버티기를 택해 성공을 거뒀다는 게 서방 외교관들의 지적이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몰락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내심이 덜한 서유럽 파트너들과 우방국들에 대해서는 걱정이 더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측의 무기 지원을 받았으나 러시아가 점령중인 돈바스 지역의 수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는 유럽의 고위 외교관을 익명으로 인용해 "추상적으로 평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평화 과정이)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점을 찾는 것은 훨씬,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만을 점령하려는 중국 측의 야심도 서방 측이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아무리 불확실할지언정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라고 판단하는 요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침공을 결정할 경우 실행할 수 있도록 군부가 대비를 해 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실제로 침공을 감행하려면 성공 가능성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게 서방 외교관들의 관측이다.

푸틴과 마찬가지로 시진핑은 역사가 자기 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쇠락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의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그 신호라는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결의가 약해지면 시 주석이 옳다는 신호를 보내는 꼴이 되며, 이는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서방 동맹국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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