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UBS CEO "크레디트스위스 문 닫으려고 인수한 것 아냐"
기사 작성일 : 2023-03-28 13:00:15
크레디트스위스


[AFP= 자료사진]

이도연 기자 =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대 경쟁사 UBS에 인수된 가운데 랄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가 크레디트스위스를 문 닫게 하려고 인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머스 UBS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크레디트스위스를 단순히 폐쇄하려고 인수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 거래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준비돼 있었고 성장을 가속할 기회로 봤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휩싸였다가 지난 19일 UBS에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천억원)에 매각됐다.

스위스뿐 아니라 유럽 전반의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스위스 연방정부가 개입한 인수 계약이다.

이 계약은 정부가 인수 과정에 1천억 스위스프랑(약 141조여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고, UBS가 인수한 자산에서 발생할 잠재적 손실 가운데 90억 스위스프랑(약 12조7천억여원)에 대해 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아울러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의 인수가 결정되기 전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으로부터 500억 스위스프랑(약 7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았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이후 SNB의 요구불예금 잔고가 크게 늘어났다.

SNB에 따르면 SNB의 요구불예금 잔고는 지난주 5천670억 스위스프랑(약 804조원)으로 직전 주(5천150억 스위스프랑, 약 730조원)보다 520억 스위스프랑(약 74조원) 늘었다.

이는 SNB가 자국 통화가치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스위스프랑을 대량 매각했던 2011년 8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이처럼 SBN의 요구불예금 잔고가 늘어난 것은 크레디트스위스와 이를 인수한 UBS가 SNB가 제공한 유동성을 사용했다는 뜻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카르스텐 유니우스 J.사프라 사라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NB의 요구불예금 증가는 크레디트스위스가 SNB가 제공한 추가 유동성을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며 UBS도 이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럽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던 와중에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등 은행 건전성 불안이 심해지면서 앞으로 은행 대출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은행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내 기업 대상 대출을 전월보다 30억 유로(약 4조2천억원) 줄였다. 전년 동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로 1월의 보다 하락했다.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지난해 7월부터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은행들이 높아진 금리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대출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은행권 위기로 인해 안 그래도 대출을 줄이고 있던 은행들이 더 신중해지면서 대출 감소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럽의 거대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 주가가 전날 대비 급락했고 유럽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치솟았다.

게다가 크레디트스위스가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의 가치가 전액 상각 처리되자, 2천500억 달러(약 324조원) 규모의 유럽 코코본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유럽 은행들의 대출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문제는 은행 위기로 인해 예금 인출 사태에 직면한 은행들이 예금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에는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따라서 대출자들에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CB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가계와 기업들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두 달 연속으로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했다.

ECB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대출 감소가 과거 통화 긴축 시기보다 더 가팔라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더 회복력이 있다는 징후도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이번 달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 예비치는 로 2월의 보다 상승했을 뿐 아니라 10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양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