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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평방에서 7식구 거주?…열악한 환경에 처한 외국인근로자들
기사 작성일 : 2023-03-28 13:00:29
외국인 근로자


[ 자료사진]

(전국종합= 일곱 식구가 지낸 평(21㎡)의 좁은 방, 악취 진동하는 돼지우리, 한기가 도는 차디찬 냉골.

최근 몇 달 새 사망한 외국인 체류자, 근로자가 지내던 주거 공간의 모습이다.

잇단 사고 등으로 처참한 수준의 외국인 생활 환경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열악한 환경속 타향살이 외국인들 잇단 사고사

지난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주택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집 안에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는 두 살배기 막내를 둘러엎고 대피했으나 11살, 7살, 6살, 4살 된 자녀들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은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로 이 가족이 지내던 평의디 빌라가 주목받았다.

일곱 식구가 지내기에는 턱 없이 비좁은 공간이었다. 집 안과 건물 어디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가족은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데다, 2021년에도 화재 피해를 보았던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안산 빌라 새벽 화재로 나이지리아 어린 남매 4명 사망


[엲합뉴스 자료사진]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지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근로자 A씨의 노동, 주거 환경도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10년여 동안 돼지농장에서 일한 A씨의 숙소는 돈사 건물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었다.

가로·세로 3m 정도의 좁은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했다.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관계자가 코를 막고 뛰쳐나올 정도로 악취도 진동했다.

A씨는 농장주와 단둘이 돼지 1천여마리를 돌보면서 분뇨를 치우는 등 극도로 힘든 일을 도맡았다고 한다.

사망한 A씨의 시신을 야산에 내다 버린 농장주는 구속기소됐다.

지난달 23일 전북 고창군 허름한 주택에서 지내던 태국인 부부 역시 온몸을 감싸는 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방안에서 장작불을 피웠다가 죽음을 맞았다.

10여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부부는 연세 30만원인 이 주택에 세 들어 살면서 논밭일, 이앙기 작업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1인당 12만∼13만원의 일당을 받은 부부는 돈을 아끼고 아껴 태국의 자녀들에게 송금하며 자신들은 정작 궁핍한 생활을 했다.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고창군 주택


[ 자료사진]

◇ "함께 살자"…자치단체·의회, 외국인 근로자 인권 조례 제정 나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가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자며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14일 강태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농어업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권 조례를 제정하기는 경기도의회가 처음이다.

도지사가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장과 안정적인 근로·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인권 및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농번기 일손을 도우려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도 챙기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530명을 수용할 예정인 강원도 인제군은 이들의 근무 여건, 주거 환경, 임금 지급, 인권침해 등을 지속해서 살필 예정이다.

법무부가 일차적으로 점검한 계절 근로자들의 숙소도 차후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지켜보고 있다.

인제군 관계자는 "계절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기간 군청 직원들은 '나가서 산다'고 할 정도로 근무 여건의 전반을 살핀다"고 말했다.

또 경북 경산시는 외국인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번 달부터 시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어린이들에게 매월 2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산에서 300명가량의 외국인 아동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제주도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와 지역사회 조기 적응을 위해 올해 총사업비 4억7천만원을 투입, 제주도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외국인 근로자 종합서비스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센터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증가에 대비, 외국인 근로자 대상 7개 국어 상담과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인 근로자 쉼터를 운영해 단기간 머물 곳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숙박 등을 제공한다.

(백나용 황수빈 이준영 박영서 허광무 정회성 윤태현 강영훈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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