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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 편히 눈 감으세요" 50년 맺힌 한 풀어준 '무죄'
기사 작성일 : 2023-05-12 19:00:33
오랜 기다림 끝에 누리는 '무죄' 기쁨


(춘천= 박영서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춘천= 박영서 기자 =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눈을 못 감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편히 눈을 감으셔도 됩니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과 그들의 유가족들은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무죄 선고를 받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32명 중 생존자 20명과 끝내 생전에 누명을 벗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12명의 유가족은 서로 "고생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꽃다발을 주고받으며 상처를 보듬었다.

'무죄'라는 두 글자를 법정에서 듣기까지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던 이들은 "만세"를 외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50년 만에 아버지의 한을 풀었다"는 고(故) 승운호 선장의 딸은 "오늘 너무 감개무량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눈을 못 감고 돌아가셨다. 지금 집에는 노모가 오늘만을 기다리며 콧줄로 음식을 겨우 먹고 있다. 무죄 판결에 정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납북귀환 어부는 "50년이라는 시간은 강산이 5번이 아니라 50번은 바뀔 수 있는 시간"이라며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며 "먼저 돌아가신 분들이 가슴에 맺힌 한을 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죄 소회 밝히는 납북귀환 어부들


(춘천= 박영서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납북귀환 어부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 온 김춘삼(67)씨 역시 이날 무죄를 선고받고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인내하고 감내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좋다"고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씨는 "기쁘면서도 아직 (재심 신청을 위해) 나오지 않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그분들을 생각하며 차분하게 오늘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이날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인정한 재판부는 "당시 제출된 증거와 진술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1971년 8월 강원 고성에서 오징어잡이 조업 중 납북됐다가 1972년 9월 속초항으로 귀환했으나 국가보안법 등으로 옥살이한 피해자들이다.

50년 기다림 끝에 받은 '무죄'


(춘천= 박영서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청인들의 인정신문부터 검찰의 최종의견, 변호인과 피해자들의 최후변론과 최후진술, 재판부의 선고까지 모두 하루 만에 이뤄진 이날 법정에서는 슬픔과 기쁨이 교차했다.

32명의 납북귀환 어부들이 7개 사건으로 나뉘어져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한 검사는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뒤늦게라도 피고인들의 무고함이 확인돼 명예가 회복되고,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다가 감정이 차올라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검사는 "외람되지만 재심 신청인들이 피해를 본 때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라며 "귀가 잘 안 들리시고, 어떤 분은 고인이 되신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납북귀환 어부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수십 년간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말 한마디조차 못 하고 살았다"며 소회를 밝히거나 "마음의 짐을 덜고 여생을 편히 살 수 있도록 50년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는 연로해 백발이 성성하고 몸은 불편하지만, 그날의 아픔만은 또렷이 기억하는 이들은 오늘의 자리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한 피해자는 "17살 때 끌려갔다가 이제는 70살이 됐다. 지난 세월이 아깝고 안타깝지만, 자식들에게 무죄를 받았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고, 또 다른 피해자는 "지금까지 음지에서 살아왔는데 양지에서 살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납북귀환 어부 무죄 판결 환영


(춘천= 박영서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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