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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핵잠재력 확보 위해 협력할 공간 충분"
기사 작성일 : 2023-05-19 13:00:57

이우탁 기자 = 일본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11년 12월 9일 한국과의 원자력협정 비준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는 비준과 관련해 "원전 사고의 경험과 교훈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원자력의 안전성 향상에 공헌하는 것이 일본의 책무"라고 의회를 설득했다.

이에 따라 2012년 한일원자력협정은 발효했다. 이 협정은 전문(前文)과 16조의 협정문 본문, 부속서, 의정서,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됐다. 한국이 희망했던 원자력 분야의 협력 확대와 일본이 원했던 원자력 수출을 위한 양면적 성격이 결합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요청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핵 비확산 규제가 강하게 담겨있다.

대표적으로 협정 9조와 합의의사록에 우라늄 고농축·재처리 등은 서면 동의 없이 불가능하고 민감한 기술(플루토늄 관련)은 이전하지 않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협정 전문(前文)과 4조에서 양국의 원자력 협력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한정하며 군사적 이용 시는 협정을 종료한다는 내용도 명기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노골적인 핵 공격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한일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이 도출된 이후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원자력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한일 정상


[ 자료사진]

세종연구소는 19일 오전 특별정세토론회를 개최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방안을 모색하면서 한일원자력협정 개정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전진호 광운대 교수는 '한미원자력협정과 미일원자력협정 비교 및 시사점' 주제발표에서 "한미 협정과 미일 협정에서 양국이 획득한 핵잠재력을 비교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으나, 일본 역시 미일 협정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일 양국이 핵잠재력 확보를 위해 협력할 공간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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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일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야를 도출해야 하며, 이와 함께 한국은 미국과의 협정도 개정해서 농축 농도 20% 이상의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을 장기적으로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 잠재력이란 핵무기를 실제로 만들지는 않지만,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968년에 체결된 미·일 원자력협정에서 일본은 자국 내 시설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이어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일본 내에 재처리시설과 플루토늄 전환 시설, 플루토늄 핵연료 생산 공장 등을 두고 그곳에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도 획득했다.

전 교수는 "한국에 핵잠재력 확보가 필요한지는 실현 가능성을 포함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만일 필요하다고 하면 한일 원자력 협력을 통한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 방안을 미국이 현시점에서 승인할 가능성은 작지만, 북한 핵 위협의 노골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 등 악화일로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사전 검토는 필요하다고 전 교수는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이 손잡을 수 있는 원자력 분야를 개발하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로 연결될 수 있고, 향후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에서도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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