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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원도시 울산] ③'생태공원 넘어 국가정원'…태화강 환골탈태
기사 작성일 : 2023-05-20 08:01:13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편집자 주 =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오직 '산업도시'를 바라보며 앞으로 내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했고, 특히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수치와 불명예를 벗어던지고자 민관은 각고의 노력을 전개했고, 태화강은 '기적'이라는 수식이 절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환골탈태하며 생태성을 회복했습니다. 태화강 수질 회복은 '친수공간'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시민들에게 선사했고, 이제 울산은 그 친수공간을 도약대로 삼아 '정원도시'로 비상하는 꿈을 꿉니다. 는 태화강의 오염과 부활, 정원도시 조성 과정과 성과, 시민이 주도하는 정원문화 확산, 앞으로 청사진과 기대 효과 등을 짚는 특집기사를 매주 토요일 7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울산= 허광무 기자 = 태화강 수질 개선과 친환경 친수공간 조성으로 '생태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울산은, 또 다른 목표를 수립했다.

바로 태화강 대공원을 대한민국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공원'으로만 알려진 태화강 일원에 '정원' 개념을 도입한 뒤, 순천만에 이어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도약하자는 포부였다.

만만치 않은 과제였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와 가능성은 충분했다. 태화강의 생태 환경은 넉넉한 자격을 갖춘 상태였고, 민관의 의지도 분명했다.

지역사회의 집약된 노력은 적잖은 난관을 극복하고 2년여 만에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2009년 태화강에서 열린 전국용선대회


[ 자료사진]

◇ 뛰어난 환경과 생태 복원 스토리까지…국가정원 후보지 급부상

태화강 일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2017년 본격화했다.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도 저마다 울산지역 공약으로 국가정원 지정을 제시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그즈음 국가정원 지정에 관심을 보인 지역만 해도 제주, 경북 경주, 충남 태안 등 여러 곳에 달했다.

이들 지역은 이미 2016∼2017년 산림청에서 지방정원으로 선정돼 국가정원 지정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상태였다.

그러나 태화강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경치,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탈바꿈한 스토리까지 갖춘 울산은 후발주자임에도 단번에 유력한 후보지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울산시는 '국가정원 지정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검토와 함께 국내 1호 순천만 국가정원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부족한 정원 시설을 확충해 나갔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정원으로 등록돼 있어야 하는데, 태화강은 당시 태화강 대공원의 생태환경과 다양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다 대숲을 정비하고, 잔디마당과 야생초화원 등 시민 휴식공간과 대규모 화원을 조성하는 노력이 더해졌다.

또 은행나무 정원, 숲속 정원 등 다양한 주제의 정원과 편의시설까지 확충, 2018년 3월 총면적 91만3천270㎡ 규모로 지방정원 등록을 완료했다.

다음 단계인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서는 정원 총면적 30만㎡ 이상, 그중 40% 이상의 녹지 확보 등 지정 요건을 갖춰야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대상지역은 면적이 83만여㎡에 달했고, 녹지 면적 비율은 90% 이상을 차지해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나머지 요건인 '주제별 정원 5종 조성' 등을 위해 국내 최초 도심 수변 생태공원인 중구 태화지구, 전국 최대 도심 속 철새도래지인 남구 삼호지구를 중심으로 정원 인프라가 대거 확충됐다.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한 차례 고배에도 재차 고삐…2년여 만에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

시는 2018년 5월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했는데,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풍수해에 대비한 침수 대책, 국가정원 전담 조직 미비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2019년까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지 못한다면, 향후 2년간 지정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2019년부터 국가정원에 관한 법령이 개정돼 지방정원 지정 뒤 3년 동안의 운영 실적을 포함하는 내용의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그러나 울산은 좌절하지 않았고, 시는 절차 진행에 더욱 속도를 냈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을 '자연·생태의 보고'로 변화시켰다는 확고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국가정원 지정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홍수재해 관리시스템 활용 방안 마련, 지형·지질을 고려한 침수 대책, 지방정원 관리 조례 제정, 전담 조직인 태화강정원사업단 신설 등 보완책을 수립했다.

난맥상을 보이던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의 태화강 하천 점용 협의도 완료했다.

시는 2019년 5월 산림청에 국가정원 지정 신청계획을 다시 제출했고, 그해 7월 12일 마침내 태화강 일원 83만5천452㎡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산업도시'로 명성을 떨친 울산이 '생태도시'를 넘어 명실상부 '정원도시'로 거듭나게 된 순간이었다.

울산상의,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서명운동 전개


[울산상공회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시민이 원한다" 모두 똘똘 뭉쳐…시도의장협의회도 힘 보태

태화강 국가정원 탄생 과정에서 민간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시민들은 시가 국가정원 지정 절차를 본격화한 2017년부터 똘똘 뭉쳐 울산의 염원을 대외에 알렸다.

특히 그해 10월 64개 시민단체가 모여 출범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시민들의 관심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추진위원회는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외부 관광객이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고 강조하면서 전방위 홍보를 펼쳤다.

추진위원회가 전개한 서명운동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진행됐다.

유동 인구가 많고 인파가 모이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역 133개 단체가 참여해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서명운동을 끌어 나갔다.

서명운동이 국가정원 지정에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열망을 대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울산 전체 인구의 6분의 1이 넘는 약 22만4천명 서명을 받는 범시민 운동으로 기록됐다

이런 범시민 운동은 대내외적으로 '울산시민이 가장 원하는 사업'이라는 당위성을 확보해, 산림청 등 정부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실마리가 됐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도 힘을 보탰다.

협의회는 태화강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2017년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협의회는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십리대숲, 계절별 초화로 가득한 둔치, 연어가 회귀하는 맑은 물, 철새가 도래하는 생태환경 등 태화강이 정원으로서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며 울산의 염원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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