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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人] (19) '안전한 나라 위해'…소방방재전문가 공하성 교수
기사 작성일 : 2023-05-21 08:01:12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


[촬영 나보배]

(완주= 나보배 기자 = 속수무책 임야를 다 태워버리는 산불화재나 주상복합 화재, 이태원 참사, 맨홀 사고 등 재난을 전하는 언론보도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다.

학과 이름 맨 앞에 온 '소방' 탓에 주로 화재에 관해서만 연구할 것 같지만 공 교수의 전공은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를 아우른다.

그는 "소방은 사람에 의해 생기는 사회재난 현장을 수습하고 이를 예방하는 일을 하고, 방재는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를 막는 것을 연구한다"며 "그렇다 보니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을 가까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 문제는 특히 시민의 의식을 끌어올리고 또 관련 규칙을 개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변화를 이끄는 데 언론보도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인터뷰에 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특히 다양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안전설비 개수와 방향에 따른 건물의 안전성을 분석하고, 관련 법령의 개정에 활용할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고시원의 피난계단 폭의 변화에 따른 피난 소요 시간 분석', '고속도로 휴게소 화재 시 출입문의 구조와 개폐에 따른 피난 안전성 분석,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을 통한 요양병원의 피난 안전성 증대방안' 같은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보일러와 연동하는 가스누설 안전장치'나 '다기능 화재경보발신기', '소화 기능을 갖춘 ESS 배터리 장치', '비상 상황에서의 대피 유도시스템' 등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공 교수는 "화재감지기 설치를 권고하면 '당장 필요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여겼다가 큰 화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설비 설치 비용보다 재난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는 결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계 소화설비 설명하는 공하성 교수


[촬영 나보배]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일상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공 교수는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자주 주위를 둘러보곤 한다. 건물의 소화전은 어떻게 생겼는지, 도로 보행 환경은 어떤지 등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꼼꼼히 메모해둔다.

최근에는 일본을 다녀왔다가 소화전 송수구(수원을 공급받는 배수관의 일부) 마개 체결 방식에 인상을 받아 7년째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전저널'의 칼럼 소재로 삼기도 했다.

공 교수는 "보행로 전체를 녹색으로 표시해 두어 차도와 확실히 구분한 것이나 소방관이 진입하는 창문 쪽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고 안내문을 적어놓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적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늘 새로운 장소에 가면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며 웃었다.

안전 전문가인 공 교수가 요즘 눈여겨보는 건 전기차 지하 충전소 문제다.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지하는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환기 시스템이 부족해 불이 났을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공 교수는 "전기차는 과열된 배터리가 순식간에 열이 오르면서 폭주하기 때문에 빠르게 불을 끄기 어렵다"며 "지상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게 좋겠지만 당장 불가능하다면 현재 설치된 충전소 주변에 방화벽을 구축하거나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


[우석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 교수는 소방방재학을 '융합학문'으로 정의했다. 어떤 분야이든 안전과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대학원에는 전기 설비업자나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재학 중이다.

공 교수는 "건물 앞에 큰 나무를 심으면 소방차가 사다리를 펼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을 전공한 건축가는 디자인뿐 아니라 안전한 건물을 고민할 것이고, 교사는 안전교육에 공감하며 학습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안전을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화재조사에 대해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모든 게 다 타버린 화재 현장에서 원인이 될만한 단서를 찾기란 무척 힘들지만 원인분석은 매우 중요하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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