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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지방자치] 춘천형 '노인통합돌봄모델' 복지사각지대 해소 주목
기사 작성일 : 2023-05-22 08:00:30

(춘천= 이상학 기자 = "저를 돌봐줄 가족이 없어 막막했는데, 가사서비스 덕분에 건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춘천시 노인돌봄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30년 넘게 혼자 살아온 송모(74·춘천) 씨는 지난 2월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넌더리가 나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 달여간 병원 생활을 마친 후 집에서 지자체가 지원한 가사 서비스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 춘천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춘천형 노인통합돌봄사업'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춘천시의 인구(29만명) 가운데 19%(5만5천여명)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전국 평균(!7%)보다 높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가구는 1만5천여명으로 전체 1인 가구 중 28%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의료비나 요양비 등 돌봄비용이 급증했고,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나 장기 요양 등급자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춘천시 노인돌봄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장기 요양 등급이 없는 혼자 사는 노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뒤쳐지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점차 늘어났다.

이 때문에 춘천시는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재가 서비스 등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첫 사업은 행정안전부의 '노인돌봄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시범사업 국비를 지원받아 전국 처음으로 노인에게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현재 사는 집에서 생활하며 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20년 7월부터 2년 6개월간 시범 사업 결과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춘천시는 올해 자체 통합돌봄모델을 구축했다.

춘천시청 내 지역복지팀 5명과 남부통합돌봄팀 4명, 북부통합돌봄팀 4명 등 모두 13명의 전담 직원 체계를 갖추었다.

질병이 있거나 보호자가 없어 돌봄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의 식생활, 일상생활, 의료, 주거, 스마트 등 5가지 돌봄사업 혜택을 각자 집에서 받도록 했다.

춘천시 동행지원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송씨가 받은 돌봄은 병원 치료 후 퇴원하더라도 요양보호사가 매일 3시간씩 신체 수발이나 청소, 취사 등을 지원하는 '퇴원환자 단기가사 서비스'다.

시간당 1만3천400원의 서비스 비용이 있지만, 송씨처럼 차상위계층은 서비스 비용의 20%만 내면 된다.

건강 상태에 따라 최장 12주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노인이 이 서비스를 받았다.

가사서비스와 함께 춘천시가 자체 추진하는 '돌봄도시락'은 지난해의 경우 매일 400명꼴로 이용했다.

올해도 하루 300여명씩 지원을 받고 있다.

식사 준비가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노인 가정에 도시락을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 중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거동불편 노인이 대상이다.

하루 3천500원을 자부담하면 주말을 제외한 평일 5일간 다른 메뉴의 점심 도시락을 받는다.

각 가정에 음식을 전달하는 배달사업단은 노인복지관에서 공공일자리로 참여한 노인들이다.

이들이 매일 찾아가 도시락을 배달하는 덕분에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까지 살펴볼 수 있다.

도시락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직접 쓴 손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도시락 배달에 감사 편지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주택개조사업은 혼자 사는 노인을 우선해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이하 가구에 지원하는 것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끄럼 방지매트 설치부터 양변기와 세면대 교체 등 자기부담금을 일부 내면 무료로 시공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0명이 넘는 노인이 혜택을 받았다.

노인 A(80)씨는 돌봄도시락과 주택개조사업 덕분에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3가지 반찬을 비롯해 국과 밥을 받게 됐고, 노후하고 냄새났던 화장실은 산뜻하게 바뀌었다.

A씨는 "농사일을 하며 30년 넘게 혼자 살다 5년 전 암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걱정이 컸지만, 최근부터 지원받게 돼 고맙고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홀몸 노인 콜센터(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노인통합돌봄사업의 하나인 방문 진료도 지난해 1천170여건, 올해 400여건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춘천시가 지역 한의원, 병원 등 11곳과 협약해 거동이 불편한 가정에 직접 찾아가 건강 상태를 살피는 서비스다.

여기에 춘천시는 조만간 안심서비스 앱 구축도 추진한다.

일정 기간 휴대전화 사용이 없을 경우 사전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22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통합돌봄사업을 공고히 해 나가는 한편 앞으로 아동과 장애인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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