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청년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여기는 '마음 편의점'
기사 작성일 : 2023-05-22 16:00:38
'여기는 마음 편의점'


(창원= 정종호 기자 = 경남 창원시 진해구보건소에서 일반 편의점과 연계 해 운영 중인 '마음 편의점' 안내문.

(창원= 정종호 기자 = "삶이 힘든 젊은이들이 편의점에서라도 쉽게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의 한 편의점 주인 50대 김 모 씨는 진해보건소의 '마음 편의점' 지정에 동의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마음 편의점은 올해 3월부터 창원시 진해구 진해보건소가 청년층 정신 건강을 돕기 위해 일반 편의점과 연계해 운영 중인 사업이다.

외양상 일반 편의점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 마음 편의점 내부 한쪽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을 위한 QR코드가 적힌 표시문과 엽서가 놓여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진해구 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속 '내 마음에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된다.

여기엔 우울과 불안 등 심리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익명으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편의점 점주 김씨는 "엽서를 비치하면 금방 줄어들 만큼 이용하는 고객이 꽤 있다"고 말했다.

마음 편의점 엽서


(창원= 정종호 기자 = 경남 창원시 진해구보건소에서 일반 편의점과 연계 해 운영 중인 '마음 편의점'. 마음 건강 관련 엽서가 비치돼 있다.

그의 말처럼 3월 사업 시작부터 19일까지 '내 마음에 로그인'에 접속한 뒤 자가검진을 받은 건수는 205건에 달한다.

1:1 심층 상담을 지원하고 관계 기관을 연계하는 비밀상담은 2건을 기록했다.

진해보건소 관계자는 "청년층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중이 높지만, 마음 건강과 관련한 병원 진료나 치료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편의점은 청년층이 쉽게 이용하는 곳인 만큼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 중 30대가 %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 자살 생각 비율도 30대가 %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마음 편의점은 관내 젊은이가 많은 사는 원룸촌이나 놀거리가 많은 곳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3개 동에 5개가 조성됐다.

'내 마음의 로그인' 자가검진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 마음 편의점의 대상은 비단 청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 마음에 로그인' 자가 진단 페이지에는 노인·산후 우울증 배너까지 따로 있을 정도로 대상이 폭넓기 때문이다.

엽서 뒤편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다.

편의점 주인 김씨는 "얼마 전 계모 학대로 숨진 초등학생도 편의점에 이런 작은 엽서가 있었으면 그 학생도 도움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운 듯 말했다.

김씨 말처럼 지난 2월 인천에서 계모와 친부에게 학대당한 이시우 군은 숨지기 전날 편의점에 홀로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누구나 쉽게 드나든 곳에서 편의점에서 개인적 아픔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시민 역시 환영하는 눈치였다.

중·고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황모(47)씨는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다가 이쁜 엽서에 눈길이 가서 읽어보니 마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내용이었다"며 "작년에 우리 아이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편의점이 전국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해구보건소는 오는 10월까지 정신건강 검진 및 상담을 비롯해 전문가를 연계한 치료를 이어간다.

이후 편의점 종사자와 서비스 참여자 등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거쳐 내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