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미국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4월 촬영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모습.

(테헤란=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이 미국의 폭격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지하에 새로운 핵시설을 건설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AP 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일대를 찍은 영상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핵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30㎞ 떨어진 자그로스 산맥의 고원(해발 1천600ｍ)에서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은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고 밝힌 나탄즈 핵시설에서 남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AP는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와 함께 위성사진에 찍힌 터널 크기·흙더미 등을 분석해 핵시설이 지하 80∼100ｍ 깊이에서 조성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핵시설 주변에는 동쪽과 서쪽 각각 두 개의 출입구가 관측됐다. 이들 출입구는 높이 8ｍ, 폭 6ｍ 규모로 추정된다.

㎢ 면적인 핵시설 부지에는 철조망이 설치됐고, 혁명수비대(IRGC)의 방공 미사일 포대가 자리 잡고 있다.

AP는 80∼100ｍ 깊이는 미군의 '벙커버스터' 폭탄 파괴 범위를 벗어나는 위치라고 전했다.

미 공군은 지하 벙커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관통탄을 운용 중이다.

첨단폭격기에만 탑재하는 3만 파운드(13t)급 중량의 GBU-57 벙커버스터는 땅 밑 60ｍ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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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데라 푸엔테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연구원은 "새 시설의 지하 깊이는 기존 벙커버스터 같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파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리들은 GBU-57 벙커버스터를 연속해서 두발을 투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이런 방식의 공격이 효과적일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AP는 지적했다.

이란 내 핵시설은 이미 여러 차례 사보타주(파괴 공작) 공격을 받았다.

나탄즈 핵시설은 2020년과 2021년 잇따라 사보타주 대상이 됐다. 이란은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미국군축협회(ACA)의 켈시 데이븐포트 비확산정책국장은 "사보타주는 일시적으로 핵 활동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이란의 핵무장을 막는 장기적 전략으로는 부적합하다"며 "핵시설을 더 깊은 지하로 피하게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적 행동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AP에 "우리는 외교가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지만, 우리는 테이블에서 어떤 선택권도 제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새 지하 핵시설과 관련한 질문에 "이란의 핵 활동은 평화적인 목적이며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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