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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폭언' 연수 중 잇단 술자리 추태…도넘은 의원님들
기사 작성일 : 2023-05-24 09:00:36
동료 여성 의원 목 끌어안는 A 의원


[피해 여성 의원 제공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천= 손현규 기자 = 경기도 부천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기초의원들이 세금으로 국내외 연수를 갔다가 술자리에서 추태를 부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4일 경기도 부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부천시의원 25명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전남 진도·목포·순천 일대에서 '의원 합동 의정 연수'를 진행했다. 이 연수에는 시의회 직원 21명도 동행했다.

부천시의회가 한국지방자치교육원에 위탁해 추진한 이번 연수에 쓴 예산은 3천400만원이었다.

세부 일정표에 따르면 연수 첫째 날인 지난 9일 '행정사무 감사 효과적 실시 방법'이라는 주제로 3시간가량 특강이 진행됐고, 이튿날 오전에는 '정책지원관 및 결산 검사'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특강이 2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러나 나머지는 '현장 탐방'이라는 명목으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방문, 목포 해상케이블카 탑승, 순천국제정원박람회 관람 등 관광성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영상 기사부천시의원 성추행 의혹


[국민의힘 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의원들은 연수 기간 '화합의 시간'이라며 저녁마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고, 결국 동료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A 부천시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B 의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 의원은 연수 둘째 날 저녁 자리에서 자신의 목을 B 의원이 뒤에서 팔로 감싸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참석자는 소주와 맥주를 섞는 이른바 '폭탄주'를 마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의원은 앞서 연수 첫날 저녁 자리에서도 또 다른 국민의힘 여성 의원의 가슴 쪽을 향해 부침개를 던진 뒤 "내가 떼어 주냐"며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기자회견 당시 인천시 서구의회 의원들


[ 자료사진]

기초의원들의 연수 중 추태는 부천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올해 들어 전국 기초의회가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국내외 연수를 떠났고,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으로 2박 3일 연수를 떠난 인천시 서구의회 소속 남성 구의원이 술자리에서 여성 구의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욕설한 남성 의원은 여성 구의원을 찾아가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의회 한 의원도 같은 달 동료의원들과 독일 등 유럽으로 연수를 갔다가 항공기 안에서 술에 취해 승무원 등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 내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60만원의 변상금을 물었다는 주장도 나왔고 결국 사과했다. 당시 의원 한 명당 연수 비용 571만원 가운데 480만원은 충북도 예산으로 지원됐다.

세금으로 떠나는 국내외 연수에서 의원들의 추태가 계속 반복되는데도 기초의회 직원들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경기도 한 시의회 관계자는 "의회 직원들이 사실상 의원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가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을 못 한다"며 "(의회 직원과 의원의 관계 탓에) 의원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의원들이 국내외 연수를 갈 때 외부단체에서 일정과 예산을 검증받고 예산 사용처도 일부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기초의원들의 연수가 정책 개발 등 목적에 맞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금으로 관광하려는 의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수 전에 일정표와 예산을 시민단체 등 외부 기관이 검토하고 다녀와서도 보고서를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수 예산으로 저녁에 술값을 계산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며 "세금인 예산은 기초의원들의 공익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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