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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숙의 필요한 노란봉투법, 정면충돌 멈추고 머리 맞대라
기사 작성일 : 2023-05-24 17:00:39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상정에 항의하는 임이자 의원


이정훈 기자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대해 전해철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4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그동안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개정안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행 처리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와 관련한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한편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지만 두 달 넘도록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자 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바로 본회의 직회부 방안을 관철한 것이다. 이르면 이 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라, 결국 거대 야당 주도의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여권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맞서는 또 한 번의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 현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같은 강행 처리만이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이견이 큰 상황에서 무조건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기보다 책임 있는 정치권이라면 좀 더 숙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며 쟁점을 타협할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당장 상임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함으로써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우선 나온다. 쟁의행위 대상을 현재의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으로 확대한 것을 두고 '파업의 일상화', '파업 만능주의'가 될 것이라는 정부나 경제계 우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위법 행위에 대한 노조원 손해배상책임을 배상의무자별 각각의 귀책 사유 등에 따라 정하도록 한 규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별조합원의 각각의 책임을 입증하기는 어렵고 결국 불법행위자에게 특권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점에서 일방적인 법안 처리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상과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작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계기로 제기됐던 원청과 하청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개선, 무리한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자의 파업권 위축 우려 등 법 개정의 취지는 이해된다. 동시에 불법 파업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여론의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나, 노동자 파업권이 사용자의 방어권보다 넓게 보장돼 '기업 하기 어렵다'는 경제계 하소연도 감안해 봐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간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큰데 무조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정면충돌로 계속 나가는 것은 무책임하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만들려는 계산일 수 있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면서 '불통'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들게 만들뿐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정면충돌의 길을 멈추고 머리를 맞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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