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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광주시민·의사와 재회한 5·18 계엄군
기사 작성일 : 2023-05-24 19:01:17
43년만에 생명의 은인 만난 5·18 계엄군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천정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크게 다친 계엄군이 당시 자신을 도와주고 치료해준 시민과 의사를 43년만에 다시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4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5·18 당시 20사단 61연대 대대장 당직병이었던 박윤수 씨가 43년 전 자신을 도와준 시민 신봉섭 씨와 의사 정영일 씨를 만났다.

박씨는 80년 5월 21일 대대장 지프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이동하던 중 광주 산단 진입 무렵 시민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차량을 빼앗기고 정신을 잃은 그를 도와준 사람이 택시 기사였던 신씨였다.

신씨는 박씨를 둘러싼 시민들에게 '치료가 먼저'라며 진정시키고 병원으로 후송되도록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의사 정씨가 치료해줬다.

흥분한 시민들의 눈을 피해 병원 위층에 있던 자신의 자택에서 치료했다.

정씨는 정신을 차린 박씨에게 "군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며 사복을 건네 무사히 부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조사위는 이러한 사연을 접하고 당시 박씨를 도와준 사람들을 찾았고, 박씨의 요청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박씨는 "4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인제야 생명의 은인인 두 분을 찾아봬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부상으로 한쪽 청력을 잃어버렸지만, 광주를 원망하기보다는 저를 구해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다시 한번 광주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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