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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제집행 막더라도 '채권자 업무방해'는 아냐"
기사 작성일 : 2023-05-25 13:00:35
대법원


[ 자료사진]

황윤기 기자 = 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원의 강제집행을 방해하더라도 이를 채권자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2018년 5월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차량으로 건물 입구를 막거나 LPG가스통을 들고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관은 사고 발생을 우려해 집행을 연기했다.

검찰은 이들이 해당 구역 재개발 조합의 '정당한 이주·철거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위임받은 제3자(집행관)의 업무를 방해하더라도 위임한 사람(재개발 조합)의 업무를 함께 방해한 것으로 보는 기존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인들이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집행관은 독립된 단독의 사법기관"이라며 "강제집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집행 위임을 한 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와 B씨의 행위가 집행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 수는 있지만 조합 업무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원심 판단의 전제가 된 위임 관계에 대해서는 "채권자의 집행관에 대한 집행위임은 집행개시를 구하는 신청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집행위임의 법적 성격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 아닌 절차상의 집행개시신청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조합에 대한 업무방해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법원 집행관의 강제집행을 물리력 등을 동원해 막으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은 A씨와 B씨가 집행관의 집행을 직접 방해한 것은 아니어서 일반 업무방해죄로만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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