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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무기거래→암호화폐 해킹…美 적발 '北외화벌이' 변화상
기사 작성일 : 2023-05-25 16:01:02

이우탁 기자 = 국제적으로 빈국으로 평가되는 북한은 수십년에 걸친 핵·미사일 개발을 하면서 다양한 외화벌이 수단을 동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던 당시에는 마약 제조나 거래, 무기 판매, 위조지폐 제조 등이 활용돼온 것으로 국제기구 보고서 등에서 파악됐다. 또 중국이나 러시아의 건설현장 등에 수만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매년 5억달러 정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주로 북부 아프리카의 마그레브(Maghreb) 독재 국가들과의 무기거래의 경우 한때 큰 외화벌이 수단으로 자리잡았으나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이 전개된 이후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강력한 대북 제재로 해외노동자 파견 등이 좌절되고 불법 금융거래 등이 막히자 북한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이버 공간으로 외화벌이 무대를 옮겨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한 IT 인력 활동 관련 한미 공동 심포지엄'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젝트를 위해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하는 실태를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북한 IT 인력 활동 관련 한미 공동 심포지움


(샌프란시스코= 김태종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한 IT 인력 활동 관련 한미 공동 심포지엄' 모습. 2023. 5. 24.

특히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우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북한 IT 인력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유엔 추산에 따르면 이들 IT 인력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매년 5억 달러 이상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해킹·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였거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에 관여한 북한인 4명과 기관 7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를 보면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인은 박진혁, 조명래, 송림, 오충성 등 4명이며, 기관·조직은 조선엑스포합영회사,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기술정찰국, 110호 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미림대학) 등 7곳이다.

북한 '해커' 박진혁


미국이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제재 명단에 올린 북한 해커 박진혁의 모습. 사진은 북한 해커 박진혁에 대한 지난 2018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배포한 수배전단이다.[미국 연방수사국(FBI) 제공]

이 가운데 지휘자동화대학은 북한 사이버 전문 인력 양성과 송출에 관여하는 기관으로 알려졌다.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로 1986년 설립돼 매년 100여 명의 사이버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한미 양국은 지난 23일에는 북한 IT 인력의 국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해 온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7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관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IT 회사인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군수공업부 산하 IT 회사인 동명기술무역회사가 포함됐다.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는 러시아·중국·라오스 등에, 동명기술무역회사는 라오스에 각각 IT 인력을 파견하고 가상자산 플랫폼 개발 등 고수익 외화벌이 활동에 관여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최근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 등에 주력하는데 이는 초기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특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는 각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개인간 금융거래(P2P) 방식으로 운영되는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해 거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10억 달러(약 1조2천350억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해 미사일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지난 1월 밝혔다.

암호화폐는 다만 급격한 시세변동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북한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수단을 강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심포지엄에 한국 외교부와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해 약 20개국 관계자가 참석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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