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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F "북한 역도, 검사관 입국 등 도핑 규정 지켜야 올림픽 출전"
기사 작성일 : 2023-05-26 11:00:44
한자리에 모인 북한 역도선수단


[ 자료사진]

하남직 기자 = 최근 3년 동안 '국제 규격'의 금지약물 검사를 받지 않은 북한 역도의 국제 무대 복귀 소식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국제역도연맹(IWF)은 25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내고 "북한 역도의 국제대회 복귀에 관해 회원국들이 어떤 의견을 내는지 청취하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정당한 도핑 테스트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2024 파리올림픽 출전 자격을 놓고 재평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역도는 한국시간으로 6월 9일부터 19일까지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는 IWF 그랑프리 1차 대회를 통해 3년 6개월 만에 국제 무대에 복귀한다.

남자 55㎏급 방은철, 61㎏급 박명진, 김정국, 73㎏급 박정주와 오금택, 81㎏급 리청성, 89㎏급 로광열, 여자 49㎏급 리성금, 55㎏급 강현경, 59㎏급 김일경, 64㎏급 림은심, 71㎏급 송국향과 리석, 76㎏급 정춘희 등 14명이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 신청을 했다.

북한 역도는 지난해 12월 열린 콜롬비아 보고타 세계선수권, 올해 5월 진주에서 개최한 진주아시아선수권에 불참한 터라, 이번 그랑프리 1차 대회와 올해 9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세계선수권, 내년 4월 태국 푸껫 IWF 월드컵 등 주요 국제에 모추 참가해야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IWF는 파리올림픽 참가 규정을 북한 역도에 설명했고, 북한 역도는 2019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북한 역도 영웅 림정심


[ 자료사진]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자국 내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 불참해 IOC의 징계를 받았다.

IOC는 2021년 9월,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북한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했다.

IOC의 징계로 이 기간 북한은 어떠한 국제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징계는 2022년 12월 31일 자로 자동 종료됐고, NOC 자격을 회복한 북한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회의에 대표자를 파견하고 아시안게임 출전 채비에 들어갔다.

일본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200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가라테 종목에서 4월 28∼30일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린 동아시아 가라테 선수권대회에 남자 선수 2명을 출전시키며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복귀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2020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대회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었다.

이번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인 역도 국제대회에 북한 선수가 출전한다.

북한 역도의 작은 거인 엄윤철


[ 자료사진]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출전 최소 2개월 전에 해당 선수의 '불시 검사를 위한 소재지 정보'(ADAMS)를 등록해야 한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등 더 큰 스포츠 이벤트의 ADAMS 등록 기한은 '개막 3개월 전'이다.

IWF는 "북한역도연맹은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개막 3개월 전에 북한 선수의 필수 소재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이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참가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IWF도 "연맹은 북한 역도가 IWF 그랑프리 1차 대회 출전 의사를 밝히자마자, 독립기구인 국제검사기구(ITA)와 북한 역도의 국제대회 출전에 관해 상의했다"며 "북한이 ADAMS 등록 절차를 마쳐 이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이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와 ITA가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지 정보를 입력한 건,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

한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 선수가 주말 저녁에도 불시에 도핑 테스트를 받는다.

한 선수는 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갔다가, 소재지 정보에 입력한 장소에 도착한 국제 도핑 통제관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소재지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국제 도핑 통제관이 입국할 수 없다.

최근 3년 동안 전혀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고, 현재도 사실상 불시 검사를 받지 않는 북한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에 역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 64㎏급 금메달리스트 모든 샤롱(캐나다), 폴 코파 호주 코치 등은 인사이드더게임즈와 인터뷰에서 "북한 역도의 국제대회 출전은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IWF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겠다. 국제 도핑 통제관의 불시 검사를 위한 입국 허가도 요청하겠다"며 "북한 선수의 모니터링과 도핑 테스트를 위해 WADA, ITA와 협력할 것이다. 북한 당국이 도핑 테스트를 방해할 경우, 파리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핑방지기구는 WADA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도핑 기구'로 분류되기도 했다.

자국 도핑방지기구가 '신뢰할 수 없는 기구'로 지정되면 해당 나라 선수들은 다른 국가의 도핑방지기구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모하메드 하산 자루드(이라크) IWF 회장도 지난 13일 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WADA와 ITA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해야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 이 부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IWF도 관여할 수 없다. 북한 체육기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도핑 빗장'을 풀지 않으면 올림픽 무대에는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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