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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중재행보 종착역 앞둔 중국…어떤 중재안 내놓을까
기사 작성일 : 2023-05-26 13:00:56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우크라이나전 중재 특사인 리후이(李輝)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마지막 목적지인 러시아를 곧 방문할 예정이어서 어떤 중재안을 내놓고 실제 성과를 낳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 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폴란드·프랑스·독일을 들렀으며,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도 조율을 마친 데 이어 26일 러시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는 대러 독자 제재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책임 있는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은 이처럼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의 관련국들과 논의를 거쳐 만든 조정안을 러시아에 제시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서방, 우크라 지원 강화에 러시아 전술핵 카드…전황 격화 우려

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개시된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른 시일 내에 중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바탕으로 '여름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고, 러시아는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략 핵무기 배치를 추진하는 등 강력 대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깜짝 참석한 것을 계기로 F-16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과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도중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 훈련 계획을 전격 승인했고,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속속 훈련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26일(현지시간) 최대 3억 달러(약 4천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용 로켓 등이 포함된 군수 물자를 비상시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예정이다.

미국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350억 달러(약 46조4천억원) 이상의 안보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전이 우크라이나 국경 밖으로 확산한 지는 이미 오래다.

러시아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 내 반정부 무장세력이 러시아 서부 등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산 공격용 드론을 러시아에 제공함으로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악수하는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좌)과 리후이 중국 특사.


[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최근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호를 북극해 훈련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로 보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 카드로 맞서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와 비전략적 핵무기를 특수 저장시설에 보관토록 하는 협정을 체결하고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추진해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핵무기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해 전술 핵무기가 이동 중임을 확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전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본토 밖 전술 핵무기 배치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긴장이 한층 커지고 있다.

◇ 전면 철수 요구 vs 절대 불가…팽팽한 대치 속 中 해법에 촉각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종전 협상 의지는 있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를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점령지에서 무조건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맞선다.

이와 관련해 리후이 대표는 25일 브뤼셀에서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후 EU 대외관계청은 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모든 군대와 군사 장비를 즉시 무조건 철수함으로써 민간인에 대한 유혈과 무차별적 표적을 중단하도록" 하는 중재 방안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웃 나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종식하려는 중국의 노력 없이 EU와 중국이 "좋은 친구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서 악수하는 시진핑·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베이징 신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3자 회동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와 독일이 중국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나, EU 차원에선 중국에 경제·군사·안보적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한 압박으로 종전을 성사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리후이 대표가 중재 외교에 나선 이후 중국 측 방안이 공개된 적은 없으나, 중국으로선 미국과 서방의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다.

앞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 핵무기 사용·사용 위협 금지,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석유 금수 등 제재 중단 등의 12개 항을 제시한 바 있다.

◇ 中, 러시아에 기운 행보에 미덥지 않은 국제사회 시선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중재 행보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중국이 그동안 러시아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끈끈한 우의'를 다지는 모습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지난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슈스틴 총리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민심 흐름일뿐더러 대세이기도 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도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세계 다극화 과정을 추동하고,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길 원한다"며 "중국과의 인적 교류를 한층 더 강화하고, 양국 우호가 대물림되길 기대한다"고 맞장구쳤다.

G7이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압박을 강화한 것을 의식해 더 강한 연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이나, 우크라이나전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중국으로선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는 반응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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