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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산다] ⑫ "틈새 시장이 바로 이곳"…해조류 전문가 손영훈씨
기사 작성일 : 2023-05-27 09:00:36
창업콘테스트서 설명하는 손영훈씨


[손영훈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목포= 전승현 기자 = 전남 목포 출신 손영훈(29)씨는 고향을 떠난 지 8년 만에 '귀향'했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목포에서 졸업한 손씨는 충청권 소재 사립대학교에 진학했다.

요즘 '잘 나간다'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관련 학과에 당당히 합격해 주변의 부러움도 샀다.

학업에 열중하고 새로운 친구와 연인도 사귀는 등 대학 생활은 비교적 순탄했다.

군대 제대 후 '대한민국 최고의 빅데이터·AI 전문가'가 되고자 대학원에 진학도 했다.

빅데이터 관련 기관에 취업해 데이터 관리 업무를 봤고, 보건복지부에서 파견 교육생 신분으로 6개월간 공직사회도 엿볼 수 있었다.

이즈음, 손씨에게는 '평생직업·진로·적성'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회사 설명회 참석한 손영훈씨


[손영훈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 길인가?' 갑자기 물밀듯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밀려들더라고요. 순간 고향에서 내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 잠시 관심을 가졌던 해조류 사업 아이템(소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저 메탄 해조류 첨가제(사료)개발)으로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 응모해 5천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손씨는 부모님 곁에서 "청춘을 불사르겠다"는 마음을 굳혔고, 작년 초, '내 고향 목포'로 돌아왔다.

2014년 2월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지 8년 만이었다.

손씨는 해조류 개발·가공·유통 회사인 '애드에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 메탄 해조류 첨가제 상용화를 위해 건국대학교 연구팀과 개발에 몰두 중이다.

최근에는 납과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 기준치를 맞춘 '바다몽초(夢草)' 미역자반도 출시했다.

해조류 식품 '바다몽초'


[손영훈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손씨는 27일 "해조류를 신성장산업으로 연구·개발하고 가공·유통하면 굉장히 부가가치가 큰데도 이를 기성세대들이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인구감소와 산업쇠퇴의 문제를 안고 있는 내 고향 전남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손씨는 지방을 서울 등 수도권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는 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서울에서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이 지방에 존재합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려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생각을 바꿔 지방에서 도전해볼 만합니다."

미혼인 손씨는 해조류 브랜드(夢草)처럼 자신의 사업과 가정도 일굴 계획이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오르면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을 겁니다. 그래야 지방이 지속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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