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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피로 환자를 살리다'…네팔 등지 의료봉사 강원희씨 별세
기사 작성일 : 2023-05-27 15:00:29
2011년 와 인터뷰를 한 고인과 부인 최화순씨


[촬영 황윤정]

이충원 기자 = 30여년간 네팔 등지에서 의료 봉사를 한 강원희 선교사가 26일 오후 4시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만 88세.

함북 성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의 비참함을 체험했다. 아이굿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1950년 6·25 사변 때 다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희생 덕분에 우리는 지금 넉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세브란스(현 연세대) 의대에 입학한 그는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읽고 그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의대에 다닐 때부터 무의촌 의료 봉사 활동에 힘썼던 그는 196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강원도 간성, 속초에 병원을 개업했지만 잘 되던 병원을 정리하고 선교사가 됐다. 고1, 고2 자녀를 두고 선교사가 되려는 그를 가족이 말리자 "나의 인생을 하나님께 바치고 싶은데 생선에 비유하면 머리와 꼬리가 아니라 가장 좋은 가운데 토막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보령의료봉사상 홈페이지 캡처]

고 한경직(1902∼2000) 목사의 권유로 1982년 네팔로 떠나 10년간 의료봉사를 했고,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그리고 국내에서 모두 30여년간 의료선교사로 봉사했다.

2011년 와 인터뷰에선 자신의 피로 환자를 살린 사연을 전했다. "수술이 끝난 다음 환자가 쇼크에 빠졌는데 피가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얼른 제 피를 뽑아서 맞춰 보니깐 환자와 맞아서 2병(400㏄)을 뽑아 줬죠." 이런 그를 현지인들은 '바제'(네팔말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친할아버지처럼 따랐다.

2011년 자전 에세이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를 냈고, 같은해 고인의 이야기를 담은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 3'(감독 신현원)이 개봉됐다.

보령의료봉사상(1990), 연세를 빛낸 동문상(2012), 아산상 의료봉사상(2012), 국민훈장 동백장(2014), 서재필 의학상(2021)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최화순씨와 사이에 1남1녀로 강근표 강은주씨가 있다. 사위 김철수, 며느리 이경혜씨.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발인 29일 오전 7시, 장지 강원도 양양군 선영. ☎ 02-2227-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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