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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학·내분비학 선구자'…김동수 박사 별세
기사 작성일 : 2023-05-29 11:00:31


[부산겨레하나 제공]

이충원 기자 = 젊어서는 국내 핵의학·내분비학의 선구자로, 노년에는 통일·시민운동 원로로 활약한 김동수(金東洙) 박사가 28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고 제자인 김용기씨 등이 29일 전했다. 향년 97세.

평양에서 기독교 집안의 7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고인은 평양신학교를 다니다 6·25 전쟁 때 피란길에 올랐다. 허리가 굽는 척추후만증을 앓았던 고인은 걸음이 빠르지 않은 탓에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피난 간 부산의 고아원에서 전쟁고아를 치료하는 군의관 조수 일을 한 걸 계기로 의술에 눈을 떴다. 부산대 의대에 들어가 고 장기려(1911∼1995) 박사에게 배우며 늦깎이 의사의 길을 걸었다.

당시는 갑상샘 질환이나 당뇨병 등을 다루는 내분비학이 아직 내과에서 분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고인은 독일에서 핵의학을 공부한 안창수 전 부산대 교수와 함께 동위원소를 이용한 갑상샘 촬영 장비를 진단검사에 도입하는 등 핵의학을 이용한 내분비학 연구에 몰두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61년 11월 대한핵의학회 창립 발기인 7명 중 한명으로 참여했고, 1962년 내과 수련의 시절에는 부산대에 개설된 동의원소실(현 핵의학교실) 실장을 맡았다. 1964년에는 내분비 질환의 일종으로 소변의 양이 많아지는 질병인 '요붕증'을 동반한 '쉬한(Sheehan) 증후군' 사례 연구를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1966∼1992년 부산대 의대 교수로 활동했다. 1985∼1986년 대한핵의학회 2대 이사장을 지냈다.

1992년 퇴직 후 부산에 핵의학장비를 갖춘 내분비 전문 클리닉 '김동수 내과'를 개업했다. 뇌하수체·갑상샘·난소 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고지혈증 등을 치료했는데 특히 '갑상샘 질환 치료는 김동수 내과'라고 할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 2010년 부산대 제자인 김용기씨에게 물려줬고, 현재는 '김용기 내과'가 됐다.

1978년 사회복지법인 '부산생명의전화'를 설립해 초대 원장을 지냈고, 1991년 창립한 부산참여연대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1997년 사회복지법인 청광 이사장을 맡아 기장군에 청광노인요양원을 설립했다.

말년에는 북한 동포 돕기에 힘을 보탰다. 2004년 북한 용천 기차역 폭발 사고로 수많은 동포가 죽거나 다쳤는데도 의약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2005년 부산겨레하나 상임대표를 맡아 2007년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항생제 공장을 만들었다. 당시 사재 1억원을 기탁했다. 2006년 우리나라 핵의학 발전에 공로가 큰 원로에게 주는 '청봉상'을 받았다. 김용기씨는 29일 와 전화통화에서 "존경스러운 분이고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하늘 같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빈소는 부산대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고, 1일 오전 9시 발인을 거쳐 경남 산청에 안장된다. ☎ 051-240-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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