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러 핵무기 받는 벨라루스 대통령 "우리와 함께 하면 핵 줄 것"
기사 작성일 : 2023-05-29 18:00:59
'제2회 유라시아 경제포럼'서 악수하는 러·벨라루스 대통령


(모스크바 EPA=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회 유라시아 경제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이도연 기자 = 러시아로부터 전술 핵무기를 이전받고 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편에 서는 국가엔 핵무기를 나눠줄 수 있다고 공언했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러시아 국영TV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 연합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 국가에 핵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 국가 연합에 가입하라. 그게 전부다. 그러면 모두를 위한 핵무기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도 카자흐스탄이나 다른 국가들이 벨라루스처럼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 연합 가입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5일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옮기는 노력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1990년대 초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했고, 그 이후 핵무기를 자국 내에서 보유하지 않았다.

전술핵무기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소형으로 제한된 전장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그 위력은 만만찮아 방사능 오염을 포함해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이전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핵무기 배치 합의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합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U는 이 합의를 "매우 위험한 갈등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일부러 핵 억지 개념을 없애려 하고 핵무기 비확산 조약을 매장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핵보유국들의 엄중한 태도와 유의미한 유엔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도 트위터를 통해 "푸틴이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러시아 전술 핵무기가 벨라루스로 이전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쉐어펀드의 조 시린시온 전 사무총장은 CNN에 "루카셴코가 그렇다고 말하긴 했지만, 물리적으로 이전이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언제, 어떤 종류의 무기가 배치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