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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영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AI·양자 키워야"
기사 작성일 : 2023-05-30 01:00:57
영국 금융가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간 보조금 전쟁이 격화되면서 영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지난해 미국이 친환경 보조금 지급안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표함에 따라 영국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더 필요해졌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총리, 재무부 장관, 내각 각료 소수 사이에만 회람됐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IRA에는 보호주의로 인해 영국이 희생될지라도 중국으로부터 자국 핵심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결의가 드러난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또, 보조금 전쟁이 전면전으로 갈 경우 미국, 유럽연합(EU), 중국보다 영국 경제가 크게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영국은 주요 무역 블록 밖에 있는 중간 규모 경제로서 대규모 개입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고 했다. 세계 초강대국과 같은 재정 능력이나 경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보조금 정책에 포괄적 접근을 하기보다는 인공지능(AI)이나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에서 비교 우위를 키워서 추후 무역 전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영국 기업들이 실리콘 칩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는데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중국 공급망에서 강제로 나가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반도체 산업을 새로 시작하려면 수백억파운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수낵 총리가 미국처럼 경제에 개입하라는 재계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같은 품목에서 미국의 보조금에 맞추려면 1천억파운드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최근 전직 기업부 장관 3명도 정부가 효과적인 산업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수낵 총리는 다음 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미국 보조금 정책이 영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더 타임스는 사설에서 생명공학, 그래픽 디자인, 로봇 공학, 녹색 기술 등 영국이 전문성이 있는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 직접 보조금이 아니라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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