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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와 국방장관회담 왜 거절?…中국방부장 제재해제가 관건
기사 작성일 : 2023-05-30 14:01:00

인교준 기자 = 최근 미국과의 경제 회담에는 응한 중국이 국방장관 회담에는 거부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6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을 하자는 미국 제안을 거절했다.

리상푸 中 국방부장(오른쪽)


[뉴델리 EPA= 자료사진]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4월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우크라이나전쟁 등 안보 현안을 논의할 미중 간 안보 대화 채널 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중국의 제스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 美, 국방장관 회담 개최에 적극적…中 거부

지난 2월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을 계기로 미중 간 안보 대화는 사실상 끊겼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을 계기로 대화 복원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삐걱대는 모양새다.

일단 미국은 회담 개최에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냉각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도 그런 기류가 읽힌다.

이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담함으로써 미중 국방장관 회담 개최 기대감도 고조됐다.

그러나 중국은 국방장관 회담 불원 의사를 미국 측에 공식 통보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워싱턴DC와 베이징 간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리 국방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싱가포르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중국이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간 긴장 고조 속에 주요 핵심 인사들 간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이 중국의 이번 국방장관 회담 거부로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짚었다.

◇ 中 "대화 원하면 리상푸 제재 풀라"…美 '아직은'

중국 당국은 미중 국방장관 회담 거부 이유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 찾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알링턴 AP=]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미국이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사실 리상푸 국방부장 제재 공방의 뒤편에는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 엔지니어 출신으로 중국 시창위성발사센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위성개발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리상푸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 재임 중에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한 것이 확인돼 2018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당시는 미국이 러시아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 거래 국가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도 제재하던 때였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보란 듯이 2019년 리상푸를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대장급)으로 진급시켰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더 올려 중용했다.

이는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 적어도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현대화 군사 강국을 만들려는 시 주석의 목표가 담긴 선택으로 풀이됐다.

바꿔말하면 중국이 '리상푸 카드'로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도 해석돼 미국으로선 그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인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해빙 발언' 당시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미 행정부는 아직 제재 해제를 결정하지 않았다.

◇ 美中, 리상푸 카드로 서도 다른 해법 구상

사실 미국으로서도 리 국방부장 제재를 해제하면 미중 국방장관 채널 복원이 어렵지 않게 복원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미국이 국방장관 회담은 하되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아직 풀 수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심모원려(深謀遠慮) 중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으나, 중국과의 우발적인 충돌을 우려해 '상황 관리'를 원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해협 동부 포사격 훈련 모습


중국군은 작년 8월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해협 동부 포사격 훈련 모습. [중국 동부전구 웨이보 계정 캡처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바이든 미 행정부는 첨단반도체를 축으로 한 경제 분야와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분야를 연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미중 국방장관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 대중국 포위망의 고삐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리상푸 제재 해제를 미국의 압박을 풀어가는 실마리로 보는 듯하다. 중국의 현대화 군사 강국 건설을 위한 '상징적' 인물인 리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통해 미국의 기존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평론가 쑹중핑과 인터뷰를 통해 미중 국방장관회담을 거부한 리 국방부장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문제와 외국 정부 관계자들의 대만 관련 발언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남중국해 '행동규범'의 조기 서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영유권을 확인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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