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송도 날벌레 정체는 '나무곰팡이혹파리'…유전자 분석
기사 작성일 : 2023-05-30 16:01:21
아파트에서 나온 혹파리 사체


[촬영 송승윤]

(인천= 송승윤 기자 =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무더기로 출몰한 날벌레의 정식 학명은 '나무곰팡이혹파리(Asynapta groverae)'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3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식물검역기술개발센터 유전자 분석 결과 최근 송도 A 아파트에서 떼로 출몰한 혹파리는 15년 전 인천 송도에서 대량으로 나타난 혹파리와 같은 종류의 '나무곰팡이혹파리'로 확인됐다.

이번 유전자 분석은 종 확인을 위해 A 아파트에서 나온 혹파리 사체 수십여마리를 표본으로 진행됐다.

앞서 해당 아파트 입주자 사이에선 혹파리의 정확한 종류와 출현 경로 등을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이번에 대량으로 나타난 혹파리 역시 이전 사례에서와 같이 나무곰팡이혹파리로 확인됨에 따라 출현 경로나 발생 원인 등도 이전과 비슷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혹파리 종은 나무곰팡이혹파리가 유일하다. 대부분 신축 아파트에서 나온 탓에 '아파트 혹파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혹파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주로 서식하며 파리목의 혹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국내에서 자주 발견되는 나무곰팡이혹파리는 곰팡이나 버섯을 먹는 균식성이다.

신축 아파트에서 주로 나오는 이유는 붙박이장 등 가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구로 가공하기 전 원재료에 처음부터 알 또는 유충, 번데기 상태로 머무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신발장 방역 중인 방역업체 관계자


[촬영 송승윤]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혹파리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에 재료가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가구 내부에서 서식하던 혹파리가 성충이 되며 가구 사이 틈을 통해 외부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파티클 보드로 만든 붙박이장 시공이 잦은 우리나라 아파트 특성상 국내 아파트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혹파리는 병을 옮기거나 흡혈을 하는 등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진 않지만 2∼4㎜ 내외로 크기가 매우 작아 음식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곤충 껍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

혹파리 떼는 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4∼6월께 출몰해왔다. 인천에선 2021년에도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혹파리가 나왔고, 같은 해 경기 김포와 화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주로 고온다습한 해안가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나오는 경향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업연구관은 "(번식 환경과 아파트의 위치는) 개연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축 아파트가 주로 지어진 곳의 위치가 그랬던 것이고 과거 사례만 봐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 아파트에선 올해 2월 말 입주를 시작한 전체 1천820세대 중 수백 세대가 혹파리 관련 피해를 입었다며 하자 보수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비로 가구를 교체하거나 전월세 계약을 취소한 경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시공사는 방역 인력을 늘림과 동시에 혹파리가 나온 가구에 한해 원하는 세대를 대상으로 가구 교체를 진행하기로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