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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기후총회 주최 앞두고 위키피디아 편집해 '그린워싱'"
기사 작성일 : 2023-05-30 17:00:59
술탄 알자비르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재서 기자 =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으로 지명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대표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수정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1월 UAE가 COP28 의장으로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최고경영자(CEO)이자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인 술탄 알자비르를 지명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는데, 이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영국 캐롤라인 루카스 녹색당 의원은 "석유회사와 그들의 CEO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세계 기후 회의를 장악한 데 이어 직원들을 동원해 위키피디아의 노골적인 위선에 대한 비판을 씻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과 탐사보도 매체 기후보고센터에 따르면 최근에는 COP28 측 구성원이 위키피디아 내용을 직접적으로 편집해 광범위한 여론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정크튜너'라는 한 사용자가 기후총회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대해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는데, 이 사용자가 COP28 마케팅팀장 람지 하다드라는 게 추후 드러난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하다드는 "(알자비르는) 기후 대화의 정직한 중개인이 될 수 없다"는 국제앰네스티(AI) 평가 밑에 "알자비르는 정확히 기후 운동에 필요한 동맹"이라는 블룸버그 사설을 갖다 붙였다.

하다드는 알자비르의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 관리자는 하다드에게 편집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며 경고 서한을 보냈다. 이에 하다드는 "추가 편집을 자제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에도 몇군데를 수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외에도 하다드는 익명의 계정으로 알자비르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COP 의장에 지명된 첫 CEO"라며 "(UAE가) 친환경에너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28 대변인은 "앞으로도 COP28 의장실에 대한 온라인 서술의 정확성을 보장해 나갈 것"이라며 "(모든 수정이)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술탄 알자비르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알자비르가 CEO로 있는 ADNOC 주도로 페이지 수정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됐다.

한 사용자는 ADNOC의 돈을 받고 2019년 알자비르와 미국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록, KKR이 체결한 40억달러 규모의 송유관 인프라 개발 계약 내용을 삭제할 것을 위키피디아에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용자는 계약과 관련해 지나치게 많은 세부 사항이 담겼다고 지적하며 알자비르가 "국제 투자를 끌어냈다"고 간단하게 적시하도록 대안까지 제시했다.

또한 이 사용자는 알자비르의 COP28 의장으로서의 역할과 ADNOC의 화석연료 확대 시도 간 이해충돌을 지적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인용한 기록 역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ADNOC가 석유 생산 확대로 얻은 수익을 "탄소 포집과 친환경 연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달라는 의견도 냈다.

다만 사용자가 제안한 사항 가운데 일부만 받아들여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DNOC 측 대변인은 "우리는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점검한다"며 "2022년 봄과 여름 위키피디아에 추가 요청 사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COP28이 알자비르의 '녹색 신임장(green credential)'에 광을 내려고 시도하는 건 놀랍지도 않다"며 "그가 석유회사 경영진으로서 지구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의원 130명은 이달 23일 알자비르의 의장 지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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