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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사람들] (19)"지상의 모든 업무 우리 손에"…지상조업원의 하루
기사 작성일 : 2023-05-31 08:00:32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항공기 유도하는 지상조업 근로자들


[제주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 변지철 기자 = 하루 평균 500편 가까이 되는 수많은 항공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

하나의 항공기가 이륙해 정해진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선 수많은 항공 관계자가 손발을 맞춰야 한다.

오케스트라 협연이 이뤄지듯 약속된 규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항공기가 출·도착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지상의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지상조업(aircraft ground handling) 근로자들이 있다.

지상조업은 크게 항공기가 오가는 공항 보안구역인 계류장(일명 '램프') 안에서 이뤄지는 항공기운항지원서비스, 탑승수속과 출·도착 지원 등을 하는 여객지원서비스 등으로 나뉜다.

그들의 속사정을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 지상의 해결사 어떤 업무든 '척척'

지난 24일 오후 제주공항에 미끄러지듯 살포시 내려앉은 김포발 제주행 항공기.

수많은 승객을 품에 안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정해진 계류장까지 서서히 이동한다.

비행을 마무리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항공기와 다르게 유독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상조업 근로자들이다.

사실 그들의 업무는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4인 또는 5인 1조로 움직이는 이들은 비행기가 이동하는 지역에 혹시나 떨어져 있을지 모를 볼트나 너트와 같은 쇳조각 등 이물질(FOD, foreign object debris)을 수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위탁수하물 운반하는 지상조업 근로자들


[제주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항에선 작은 쇳조각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7월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에어프랑스 4590편이 활주로를 달리다 작은 쇳조각에 타이어가 터져 그 파편이 엔진으로 들어갔는데, 이륙 후 엔진 폭발과 함께 그대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탓에 항공기가 뜨고 내린 뒤에는 반드시 이물질 수거작업을 반복적으로 벌인다.

지상조업원들은 이물질 수거 작업에 이어 자신들이 담당할 항공편과 승객 등을 확인한 뒤 항공기 도착에 맞춰 윙가이드 업무를 한다.

활주로에 착륙한 항공기가 주기장으로 이동할 때까지 공항 내 일반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업무다.

접촉 사고 등 비행기 안전을 위한 조치다.

동시에 다른 지상조업원이 경광봉을 들고 수신호를 보내며 항공기가 정해진 위치에 안전하게 멈추어 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

비행기 조종실에서는 동체 밑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항공기 유도사가 기장과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비행기의 최종적인 안전한 도착을 돕는다.

비행기가 정위치에 멈춰 서면 고임목을 비행기 바퀴에 설치하고, 비행기 출입문을 통해 나온 승객들이 공항 터미널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탑승교를 연결한다.

이어 항공기 안의 위탁수하물을 꺼내 공항 내부로 운송하는 등 4∼5명의 지상조업 근로자가 톱니바퀴처럼 일을 나눠 진행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해당 항공기는 다시 새 승객을 태우고 또 다른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했던 작업을 역순으로 진행해야 한다.

위탁 수하물을 비행기에 싣고, 짐을 내리고 싣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떨어지지 않았는지를 살피는 이물질 수거작업, 승객탑승 등 일련의 과정이 이어진다.

토잉카로 항공기 이동시키는 지상조업사


[제주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승객 탑승과 수하물 적재 작업이 마무리돼 수량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면 지상조업원이 인터폰을 통해 '램프 클리어!'라고 말하며 비행기 이동 직전 모든 작업이 마무리됐음을 기장에게 알린다.

이때 비로소 비행기 출입문이 닫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상조업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인 비행기를 후진시켜 자력 출발 지점까지 옮기는 '푸시백' 작업이 진행된다.

비행기는 지상에서 전진과 후진 모두 할 수 있지만, 공항에서 자력으로 후진해 이동하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유는 비행기가 후진하려면 엔진을 역추진해야 하는데 주기장에서 공항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비행기가 역추진하면 시설물이 추진력에 의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안전을 위해 비행기는 후진하지 않고 '토잉트랙터'(속칭 '토잉카')라고 하는 견인차량에 의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지점까지 옮겨진다.

이때 제주공항 동-서 활주로의 특성상 당일 풍향에 따라 항공기가 진행할 방향에 맞춰 항공기 머리가 향하도록 후진으로 비행기를 이동시키는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JAS'의 조민수 주임은 "많은 항공기가 오가는 복잡한 제주공항에서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주변 항공기 이동을 살피며 항공기를 사고 없이 이동시켜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경력 3년 이상이 돼야 토잉트랙터를 몰 수 있다"며 "흔히 푸시백 작업을 '지상조업의 꽃'이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계류장 등 보안구역 안에서 작업하는 지상조업직에는 비행 일정에 맞춰 기내 청소와 방역, 급유, 기내식 탑재, 승객 수송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

제주공항 항공기 제설작업


(제주= 제주항공 지상조업체 직원들이 항공기에 붙어 있는 눈을 제거하고 있다. [ 자료사진]

◇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 "힘들어요"

지상조업원의 하루 일과는 매우 고되다.

도착한 항공기가 계류장으로 들어오는 램프인 순간부터 위탁수하물을 내리고, 새로 짐을 실은 뒤 해당 비행기를 옮기는 푸시백 작업까지 이 모든 과정을 이른바 '그라운드 타임'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전체 비행기 일정에 맞춰 이 모든 작업을 45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4∼5명 되는 1개조가 이 전 과정을 하루에 7∼8차례 반복한다.

물론 다른 지상조업직들 역시 같은 시간 안에 기내 청소와 방역, 급유, 기내식 탑재 등 모든 작업을 일사불란하게 마쳐야 한다.

비행기의 안전에 신경 쓰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찌는듯한 무더위, 강추위 속에서 1년 365일 야외에서 업무를 한다는 건 고역에 가깝다.

특히 여름철 시꺼먼 아스팔트로 덮인 공항 계류장과 활주로는 사실상 장시간 사우나 안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정오를 지나 오후 1∼2시 정도만 되면 수은주가 40도를 훌쩍 넘긴다.

폭염이 이어지는 날에는 열기가 50도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지상조업 근로자들은 안전을 위해 점퍼를 착용하고 그 위에 안전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이글이글' 제주공항 활주로에 물 뿌리는 소방차


(제주=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2018년 7월 26일 오후 공항에서 항공기 유도하는 지상조업 근로자. 근로자 뒤로 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차량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 자료사진]

이러한 탓에 여름철 탈수를 막기 위해 알약 형태의 식염 포도당을 수분과 함께 섭취하는 건 기본이다.

겨울철에는 해안과 인접한 제주공항의 특성상 바닷바람이 심해 강풍과 추위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항공기 지연 운항이 반복되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

김포공항에서 빚어진 위탁수하물 보안검색 지체 사태로 항공기 지연운항이 속출한 지난 24일 제주공항은 더 바빠졌다.

예정된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근무가 겹치지 않도록 스케줄을 다시 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항공편 출발이 늦어지면서 승객의 짐을 제대로 싣지 못하고 목적지로 떠난 항공편도 속출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다른 항공편을 통해 들어온 짐들이 제주공항 도착장에 쌓이는 등 다른 공항에서의 문제가 제주공항으로 도미노처럼 연결돼 문제를 일으켰다.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JAS'의 조민수 주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당일) 오전에 스케줄 조정하느라 숨 쉴 틈 없이 바빴다"고 말했다.

그는 "원활한 항공기 운송을 위해 지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을 '지상조업'이라 통칭한다. 이 중에서도 보안구역에서 이뤄지는 지상조업 업무는 책임감을 가지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직원들 모두가 안전운항, 정시운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조업사는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지상조업 자회사를 둔 제주항공의 제이에이에스(JAS) 외에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KAS),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AAP), 샤프에비에이션케이(SHARP), 제주에 거점을 둔 에이티에스(AT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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