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녕= 정종호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별관 전경.
(창녕= 정종호 기자 = "마약 환자는 늘고 있지만 치료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모두의 관심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국립부곡병원 별관.
병원 본관 정문 뒤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상아색 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은 마약 등 중독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국 유일 '약물중독진료소'다.
긴 복도가 'ㅓ(어)자'로 서로 맞물려 있어 출구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 미로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재활 치료가 이뤄지는 프로그램실
(창녕= 정종호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별관 프로그램실 내부 모습.
마약 중독 재활 치료는 이곳 3층에 위치한 약 26㎡ 면적의 집단프로그램실에서 이뤄진다.
이날도 마약류 중독 질환자들은 긴 책상 앞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동기 강화 프로그램'을 받았다.
정신보건 전문 사회복지사 1명이 참여해 마약 중독 질환자들이 서로 자신의 문제를 인지한 후 변화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마약중독 치료자 여러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진행하는 면담을 통해 서로의 문제를 인식했다.
단순히 '마약을 하지 말라'는 식의 접근보다 대상자들이 자발적으로 동기를 강화하는 방식이라 단약(斷藥)에 효과적이다.
이 외에도 마약 중독 질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회복 경험과 마약 갈망 대처법 등을 나누는 '자조 모임', 재발 방지를 위한 '인지행동 프로그램' 등이 일주일 내내 이뤄진다.
국립부곡병원 로고
(창녕= 정종호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부에 있는 로고.
이곳에서의 치료는 입원 치료와 외래 진료로 나뉜다.
마약류 중독 질환자들은 총 5주 입원 치료 과정이 끝나면 단약을 위해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는다.
입원 치료 첫 주에는 항정신성 약물과 신경 안정제 등을 사용해 해독 과정 중심으로 진행된다.
나머지 4주는 동기 강화 프로그램 등 재활 치료가 이어진다.
병상은 30개가 있으며 5월 기준 평균 8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재범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더욱 치료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도, 치료받는 환자도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21곳에서 지난해 치료받은 마약류 중독 환자는 총 421명이다.
이 중 13곳은 환자를 1명도 받지 않았다.
이곳 국립부곡병원(134명)과 인천 참사랑병원(276명) 단 두 곳에서 전체 마약류 중독 환자의 97%를 치료했다.
반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1만2천387명으로 마약류 사범 대비 치료 환자는 %에 그친다.
검거되지 않고 음성적으로 마약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립부곡병원 김기옥 약물진료소장
(창녕= 정종호 기자 = 지난 30일 오후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에서 김기옥 약물진료소장이 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기옥 약물중독진료소장은 "최근 국내에서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중독질환 치료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며 "치료받는 환자가 적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식 문제도 크다"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자는 사회에서 범죄자란 일종의 '낙인'이 찍혀 중독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데도 관련 예산이 확보가 잘되지 않고,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마약은 한 번 사용만으로도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고 중독은 고혈압과 당뇨처럼 평생 관리받아야 하는 뇌 질환이다"며 "하지만 꾸준히 치료받고 주변에서 도움을 준다면 마약에 손대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국립부곡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시작해 단약을 한 지 17년 차인 한부식(56)씨가 좋은 사례다.
한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마약을 접했다. 한때 방황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꾸준히 단약을 실천했다.
2020년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중독질환자를 위해 '김해 다르크(DARC, 마약·약물중독치료 공동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한씨는 "예전에는 강력한 처벌로 마약을 억제했다면 마약이 널리 퍼진 지금은 치료와 재활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며 "마약에 취해 살던 힘든 시절을 생각하며 중독질환자에게 도움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