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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와중 '친러 헝가리'가 EU 순회의장국?…서방 시끌
기사 작성일 : 2023-05-31 12:00:59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기자회견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없는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친러 성향의 헝가리가 내년도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는 데 대한 서방의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아나 루어만 독일 유럽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헝가리가 (EU) 이사회 의장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순번상 헝가리는 2024년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되는데 여기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7개 EU 회원국들은 최고 의결기구인 EU 이사회에서 6개월씩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는다.

의장국은 각료회의 등 고위급 회의를 주재하고 의제와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동시에 정책 관련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까닭에 EU 일각에선 친러·국수주의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의 EU 순회의장국 순번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거듭 어깃장을 놓아 온 헝가리에 의사봉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U 지도자 중 친러 성향이 가장 강한 인물로 꼽히는 오르반 총리는 작년 2월 전쟁이 벌어지기 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실제, 이날 루어만 장관은 헝가리의 법치 훼손 논란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거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EU 이사회와 함께 EU 양대 입법기관으로 꼽히는 유럽의회에서도 헝가리의 EU 순회의장국 순번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폴리티코는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헝가리의 역할과 관련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돼 내달 1일 유럽의회에서 투표에 붙여진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최대 정당 유럽국민당(EPP) 소속으로 유럽의회 예산관리위에서 활동 중인 페트리 사르바마 의원은 "이처럼 전례 없는 시기에는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해 회원국의 강한 협력을 유지할 역량이 있는 국가가 EU 이사회를 이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헝가리가 법치와 관련한 EU 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헝가리가 이런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법치, 인권 등에 대한 EU의 권고를 사실상 무시해 왔다. 이와 관련해 EU는 헝가리에 할당된 수십억 유로 상당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동결하는 조처를 했다.

바르가 유디트 헝가리 법무장관


(브뤼셀 EPA= 30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총무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디디에 레인더스 EU 사법담당 집행위원(가운데 왼쪽)과 대화하는 바르가 유디트 헝가리 법무장관(가운데 오른쪽).

헝가리는 자국의 EU 순회의장국 순번을 나중으로 미룬다는 건 '넌센스'라며 맞서고 있다.

바르가 유디트 헝가리 법무장관은 "순회의장국 순번은 오래 전 EU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정해진 것이며, 유럽의회는 이와 관련해 할 역할이 없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독일의 경우 지난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헝가리 모 은행이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헝가리와 갈등을 빚었으나, 다른 국가들은 아직 독일만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로랑스 분 유럽장관은 "헝가리는 (7월부터 순회의장직을 수행할) 스페인과 이미 함께 일하고 있어야 했다"면서 "우리는 중립성과 불편부당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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