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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총통선거 민중당 후보 '정권교체 차선책'으로 주목"
기사 작성일 : 2023-05-31 15:00:59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부진한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보다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 민진당 주최 '2024년 총통선거 양안 요인' 심포지엄


[대만 자유시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친중 세력인 국민당 후보가 독립 성향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에 밀리는 상황에서 커원저 후보를 우호 세력으로 삼아 '국민당 민중당 대(對) 민진당' 구도를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 구도로 민진당의 패배를 끌어낸다는 심산이다.

31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민진당이 주최한 '2024년 총통선거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요인' 심포지엄에서 둥리원 중앙경찰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커원저 후보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커 후보는 대만 독립 의지를 강조하는 라이칭더 후보, 친중 노선의 허우유이 후보와는 달리 중도적·중립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친중 세력은 물론 중도층으로 확장성이 크다고 중국 측이 본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국민당 후보가 당선되는 걸 가장 선호하지만, 사정이 여의찮다면 차선책으로 커 후보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2016년부터 집권해온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 정부와 당국 간 교류를 중단해온 중국은 이번에는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이 28%로 1위였고, 허우유이 후보는 이보다 4%포인트 낮은 24%였다.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라이 후보(27→28%)는 근소하게 상승했으나, 허우 후보(29%→24%)는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에 커 후보(23%→22%)도 미세하게 내렸으나, 허우 후보보다는 기반이 탄탄해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 17일 민진당·국민당·민중당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지 후보가 없다'는 비율이 이전 조사의 22%에서 27%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좌부터 허우유이(국민당)·라이칭더(민진당)·커원저(민중당) 총통 후보


[대만 연합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중국이 커 민중당 후보에 더 큰 관심을 보내, 국민당을 지지하는 친중 유권자들이 그에게 결집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당 경선에서 허우 후보와 경합했다가 밀린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 창업자도 근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민당이 지지율 하락세인 허우 후보를 물리고, 자신을 대체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궈타이밍은 경제인 출신으로 허우 후보보다는 정치색이 덜한 자신이 국민당의 총통 후보가 되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궈타이밍은 전날 양안의 최전선인 진먼섬에서 열린 '청년 기업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평화가 있어야 번영할 수 있고, 대만이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평화론'을 설파했다.

최근 1년 새 두차례 중국군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 등 대만해협 위기 고조 상황을 피하려면 중국과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커 후보 끌어안기 시도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커 후보가 그간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친중 세력인 국민당과는 "양립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의 지지를 수긍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상황에서 커 후보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민중당 소속 입법위원 후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궈타이밍 대만 폭스콘 창업자


[EPA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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