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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형 대안학교 단재고 갈등 확산…충북 교육계 이념 대결 양상
기사 작성일 : 2023-05-31 17:00:34

(청주= 변우열 기자 = 공립형 대안학교인 단재고에 대한 충북도교육청의 개교 연기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성향인 김병우 전 교육감 시절 추진돼 내년 개교할 예정이었던 단재고가 보수성향인 윤건영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교과 과정 보완을 위한 개교 연기 방침을 정하자 진보 교육단체들이 반발하면서 충북 교육계가 이념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단재고 정상개교 촉구 기자회견


[촬영 변우열 기자]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31일 충북교육감실을 방문해 단재고 개교 연기 계획에 대한 항의문을 전달했다.

도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도 열어 "도교육청의 개교 연기 결정은 단재고를 대안교육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입시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단재고의 내년 3월 개교 계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5년간 대안교육 교사들이 연구해 마련한 단재고의 교육과정을 전면 수용하고, 개교 준비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에 나서라"며 "교육감은 이른 시일 내에 도민행동과의 면담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도민행동은 "이런 요구에 대해 다음 달 8일까지 답변을 해달라"며 "도교육청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진학을 대비하기 위해 단재고 개교를 연기한 것"이라며 "이를 입시경쟁교육으로 비약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도 교육청은 앞서 지난 2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도 "단재고 설립의 취지인 성장형 대안학교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도민행동과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충북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공립형 대안학교인 단재고의 설립을 추진했고, 내년 3월 6학급(전교생 96명) 규모로 개교할 계획을 세웠다.

이 학교는 국어, 사회 등을 필수과목으로 하면서 철학과 언론학, 역사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미래형 대안학교로 기획됐다.

학교 이름도 청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신채호(1880∼1936) 선생의 호를 따서 정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국·과장협의회를 통해 단재고의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개교 시기를 1년 연기했다. 수학, 과학, 영어 등의 교과과정을 추가 편성해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를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충북 대안교육연구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교로 단재고를 설계했는데, 국영수 중심의 입시 경쟁 교육과정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도교육청의 방침에 반발했고, 최근에는 10여개 진보 교육단체들이 참여한 도민행동까지 출범시키면서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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