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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광양 '망루농성' 강제 진압…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무산(종합2보)
기사 작성일 : 2023-05-31 20:00:18
7m 망루 설치해 고공농성 나선 금속노련


(광양=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9일 밤부터 도로를 막고 망루를 설치해 불법집회를 벌인 혐의로 금속노련 간부들을 체포하고 정글도와 석유통, 쇠막대기 등을 압수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들은 노조 조합원인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부당노동행위 중단 요구 천막농성'이 400일 넘게 이어지자 지난 29일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에 나섰다. [전남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서울= 장덕종 김승욱 기자 =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망루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가 체포됐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이 간부는 머리를 다쳤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분신 사망 등으로 악화하던 노정 관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얼어붙고 있다.

다음 달 1일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불과 하루를 앞두고 무산됐다.

31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1분께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높이 7m의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농성 중이던 김 사무처장에게 다가갔고, 김 사무처장이 쇠 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저항하자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진압 경찰관들도 김 사무처장이 휘두른 쇠 파이프 등에 맞아 어깨·손 등을 다쳤다.

경찰은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김 사무처장을 제압했다고 설명했으며, 김 사무처장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추락 위험이 있고 주변 차량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강제 진압에 나섰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 29일부터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에 대한 포스코의 부당 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고공 농성 중이었다.

경찰은 전날 농성장 에어매트 설치 작업을 방해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

한국노총은 경찰의 폭력적인 과잉 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즉시 현장 검거하고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 자료 사진]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과 공동으로 '폭력 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월 1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면서 "그러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어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노동 개혁 전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일정은 파악되지 않았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내달 1일로 잡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간담회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6월 1일 간담회를 추진 중이었지만 최종 조율 중이던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했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다시 대화의 불씨를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체포된 김 사무처장은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1명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지는데, 근로자위원 9명은 모두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소속이다.

김 사무처장을 제외한 8명의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경찰의 진압이 폭력적이었다고 비판하고 김 사무처장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 사무처장을 향한 경찰의 극악무도한 행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라며 "망루가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이 과연 윤석열 정권이 주장하는 노사 법치주의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표해 심의에 참여하는 김 사무처장을 조속히 석방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위 회의가 파행된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음을 똑똑히 인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사무처장의 석방 여부 등에 따라 최저임금위 일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의자 던지며 저항하는 노조 간부


(광양=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의자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9일 밤부터 도로를 막고 망루를 설치해 불법집회를 벌인 혐의로 금속노련 간부들을 체포하고 정글도와 석유통, 쇠막대기 등을 압수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들은 노조 조합원인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부당노동행위 중단 요구 천막농성'이 400일 넘게 이어지자 지난 29일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에 나섰다. [전남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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