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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밝힌 120살 팔미도등대…마지막 등대장 "감개무량"
기사 작성일 : 2023-06-01 15:00:33
다시 불 밝힌 팔미도 등대


[촬영 홍현기]

(인천= 홍현기 기자 = "등대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다시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1일 오전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 떨어진 팔미도에서 만난 전 등대장(항로표지관리소장) 허근(80)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1903년 건립된 국내 최초 근대식(콘크리트 구조) 등대인 팔미도 등대는 2003년 가동을 중단했다가 이날 점등 1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환하게 불을 밝혔다.

옛 팔미도 등대의 마지막 등대장인 허씨는 이곳에서 13년간 근무했다. 그는 이날 이날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주최로 열린 12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섬을 찾았다.

허씨는 "등대 관련 업무를 33년 동안 담당한 저에게 등대는 가족 같은 존재"라며 "팔미도 등대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이렇게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예전에 다른 직원 1∼2명과 함께 외롭게 팔미도 등대를 지켰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등댓불을 밝히는 데 필요한 기름을 창고에서 등탑 기계실까지 50m가량을 나르는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고 털어놨다.

팔미도 등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2년 퇴직한 김신철(70)씨


[촬영 홍현기]

팔미도 등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2년 퇴직한 김신철(70)씨도 "팔미도 등대에서 신혼생활을 했고 이곳에서 아이도 생겼다"며 "등대는 제 인생에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간에 밤새워 근무하면서 등댓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켰던 기억이 난다"며 "많은 시설이 정비되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실상부한 인천 최고의 등대가 돼서 제 마음도 뿌듯하다"고 웃었다.

이날 점등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하나 같이 등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120살 생일을 축하했다.

특히 1950년 인천상륙작전 때 팔미도 등대가 연합군 함대를 인천으로 인도해 전쟁 국면을 전환한 점을 강조했다.

상륙작전 당시 켈로부대(KLO)는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던 팔미도에 잠입해 적을 섬멸하고 등대 불빛을 밝혔다.

김상기(90) KLO 전우회장은 "인천상륙작전 때 등대 불빛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함정 수백척이 작전을 시작했다"며 "이런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면 행사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팔미도등대 점등 120주년 기념식


[촬영 홍현기]

김종헌 배재대학교 교수(해양수산부 등대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는 "팔미도 등대는 국내 최초 콘크리트 구조물로 우리나라 건설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일본이 아닌 대한제국 주도로 지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수청은 섬에 있는 등대 역사관, 점등 100주년 기념 조형물, 야외 문화공간, 둘레길 등과 연계해 팔미도를 해양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성범 인천해수청장은 "역사·문화 공간인 팔미도 등대를 보존·활용하면서 가치를 널릴 알릴 수 있게 하겠다"며 "시민들이 바다와 등대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높이의 옛 팔미도 등대는 오는 2일 아침까지 하루 동안 바닷길을 밝히게 된다. 바로 옆 현대식 등대는 평소처럼 중단 없이 계속 운영된다.

점등 기념식에 참석한 김상기(90) KLO 전우회장(사진 왼쪽 2번째)


[촬영 홍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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