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블라디보스토크항 확보 中훈춘, 변방도시서 물류거점으로 부상
기사 작성일 : 2023-06-01 15:00:56

(선양= 박종국 특파원 = 북한과 러시아 접경에 위치한 중국 변방의 소도시 지린성 훈춘이 중국 동북 지역의 대외 교역 거점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9일 훈춘 통상구 통해 러시아로 가는 화물열차들


[촬영 박종국 기자]

1일 증권시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훈춘은 인구 22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지만,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한·러시아와 모두 접해 있는 곳이다.

최근 수년간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 연해주 도시들과 대외 교역을 해온 훈춘은 이날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지린성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개방되면서 대내외 교역 길이 열렸다.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은 자국 지역 간 교역에 사용하는 항구로, 외국의 항구라 하더라도 관세와 수출입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종전에는 지린성에서 생산되는 식량과 석탄 등 지하자원을 수요가 많은 중국 남방 지역으로 나르려면 1천㎞ 떨어진 랴오닝성 다롄항 등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200㎞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운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가는 관문인 훈춘은 러시아와의 교역뿐 아니라 중국 동북 지역과 남방 지역의 물류 채널 역할까지 맡게 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폐쇄했던 중국의 국경이 지난 1월 8일 재개방되면서 훈춘 시내에서 15㎞ 떨어진 곳에 설치된 대러시아 통상구는 이미 러시아 극동 지역과의 인적 왕래가 활발해졌다.

러 블라디보스토크항구 상업 터미널


[타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훈춘 국제여객터미널에는 크라스키노,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3개 도시를 잇는 국제 버스가 운행 중이고, 전세 버스를 이용해 훈춘과 이들 도시를 오가는 관광객들도 점차 늘고 있다.

국경 개방 이후 3월 말까지 훈춘 통상구를 거쳐 러시아를 오간 누적 인원은 1만8천명으로, 하루 평균 400명꼴이다.

또 훈춘 통상구를 통해 러시아 극동의 풍부한 해산물과 석탄 등이 수입되고, 중국산 자동차 등이 수출되고 있다.

작년 지린성이 수입한 러시아산 석탄과 해산물은 552만t, 16만2천t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30% 증가했다.

또 작년에 8천 대의 자동차를 러시아에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306% 늘어난 것이다.

훈춘시 상무국 관계자는 "훈춘의 대러시아 교역은 해마다 증가 추세"라며 "지난 3년간 한 번도 전년보다 감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가 한층 밀착한 가운데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극동 지역 간 교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작년 지린성의 러시아와 교역 규모는 173억3천만 위안(약 3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훈춘은 2020년 5월 수입 상품 도착지 가공 시범도시로도 선정돼 관련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착지 가공 시범도시는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 판매하면 관세 우대 혜택을 주기 때문에 향후 훈춘의 국제 교역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훈춘의 북한 교역 창구인 취안허 통상구


[촬영 박종국 기자]

훈춘은 중국 접경 도시 가운데 도로를 이용한 대외 교역이 재개된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해 북중 접경지역들의 도로 운송이 중단됐지만, 훈춘∼북한 나진·선봉 구간은 지난 1월부터 화물트럭 운행이 재개됐다.

중국은 2000년대 초 바다가 없는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기지로 삼기 위해 나진항과 청진항을 30∼50년 장기 임차해 해운 운송 창구로 이용하는 '차항출해(借港出海·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의미)' 전략을 추진해왔다.

2015년부터 수년간 시범적으로 훈춘에서 나진항을 통해 상하이로 석탄을 운송했으나, 유엔의 대북 제재와 북중 국경 봉쇄로 막힌 이 교역 루트를 중국은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

중국 지린성은 일단 최근 대외 변수들로 인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동북 지역 국내외 교역의 중계항으로 삼았다.

하지만, 북한 나진항·청진항이 동해로 진출하기 훨씬 용이하고, 연중 얼지 않는 '부동항'인 데다 이미 사용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여건만 갖춰지면 중국이 언제든 이들 항구를 이용하는 해상 수송로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훈춘은 다양한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게 돼 중국 동북 지역의 해상 교역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쑹둥린 지린대 교수는 "훈춘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다면 중국 동북과 러시아 극동 교역 활성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개혁·개방 정책을 확대해 동북 진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