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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여도 현금 지원"…'K-칩스법Ⅱ' 발의에 소부장 화색
기사 작성일 : 2023-06-02 07:00:02

장하나 기자 = 이른바 'K칩스법Ⅱ'(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가 국회에 발의되자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반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적자라는 이유로 세액공제 사각지대에 있던 업체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돼 결국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 자료사진]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 규모에 따른 세액공제분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K칩스법'의 실효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K칩스법Ⅱ'로 부르고 있다.

기존 'K칩스법'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하면 세액공제율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다만 세액공제 방식이 이익이 날 때만 가능한 법인세 공제뿐이어서 투자는 많이 했지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해 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년(移年) 제도를 통해 향후 이익이 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손실이 불가피해 공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원형민 기자 =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기재위는 이날 오전 국가전략기술의 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yonhap_graphics

반면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투자세액공제를 현금 지급하고 제3자 양도를 허용하는 북미처럼 투자 정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에 대해 당기순손실 발생 시에도 공제액을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급, 미사용 공제의 양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캐나다도 지난해 청정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환급 규정을 신설해 올해 예산안에 반영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악의 성적을 낸 반도체 업계와 초기 투자로 즉각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차전지 소재·설비 업체인 이엔플러스[074610]는 공장 건설 등에 총 15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연간 13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새만금 이차전지용 전구체 제조설비 등에 1천35억원의 투자를 계획한 에코앤드림[101360]은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했다.

이차전지용 리튬염 공장에 50억원의 투자를 발표한 중앙디앤엠[051980]은 연간 적자 규모가 54억원이고, 이차전지용 알루미늄 파우치 국산화에 앞장서는 율촌화학[008730]도 파우치 제조설비에 836억원을 투자 중이나 지난해 흑자 달성에 실패했다.

배터리 산업은 대표적인 동반성장 업종으로,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에 발맞춰 소부장 업체들도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배터리 완성품을 해외에서 만들더라도 장비는 대부분 한국에서 수출하고, 양극재와 분리막 등 주요 소재들도 상당수 한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소재, 부품, 장비산업(소부장)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업계에서는 북미와 한국을 놓고 투자처를 저울질하던 배터리 소부장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IRA 차량 보조금은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서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면 받을 수 있는 데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현지 네트워킹, 정책 분석, 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유치 조건이 비슷하면 국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산업은행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K-칩스법Ⅱ'를 필두로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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