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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승' 김태한 "처음엔 록에 관심…단역부터 차근차근 해나갈것"
기사 작성일 : 2023-06-04 12:00:56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태한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4일(현지시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22)이 결과 발표 직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저는 남을 잘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면서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해 무대를 즐기고 내려오는 게 목표에요. 앞으로도 행복하게 음악 하고 싶습니다."

4일(현지시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22)은 결과 발표 직후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태한은 지난 2일 결선에서 오케스트라 협연에 맞춰 총 네 곡을 선보였다.

바그너의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로 시작해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로 무대를 마쳤다.

특히 마지막으로 부른 베르디의 곡을 이탈리아어가 아닌 불어로 전달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여기(벨기에)가 불어권이기도 하고, 베르디의 '돈 카를로'도 원래 버전이 불어"라면서 "베르디가 프랑스의 부탁을 받아 작곡한 뒤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서 이탈리아어로 번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곡의 마지막 소절이 '플랑드르를 구해달라'는 의미인데, 플랑드르가 벨기에 땅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플랑드르는 네덜란드어권인 벨기에 북부 지역 플란데런의 불어 표기다.

사전에 그만큼 철저하게 작품 해석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성악을 시작할 때부터 "음정, 박자만 익히는 데 국한하지 않고 시를 분석하고, 시인에 관해 공부하는 등 곡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공부를 많이 했다"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 기간 '완벽한' 외국어 발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해외 유학 경험 한번 없는 순수 국내파다.

"외국인으로서 외국어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서 딕션(발음)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석대로 하면 국제음성기호(IPA)상 발음 기호를 공부하는 건데, 그것 역시 (실제 발음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원어민의 노래를 많이 듣고, 세세하게 따라 해보곤 합니다."

김태한은 처음엔 록 가수가 하고 싶어 음악을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록밴드는 캐나다의 섬41(Sum 41)이고, 중학교 때는 밴드부로 활동했다.

중3 때 성악에 입문한 그는 "어머니가 성악을 권유하셔서 성악을 시작했다가 뒤늦게 빠졌다"며 "선화예고에 진학해 비슷한 전공을 하는 친구들 만나면서 시너지가 생겨 꿈을 더 키우게 됐다"고 돌아봤다.

4년간 사사한 바리톤 나건용 교수에게는 각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롤 모델'을 묻는 말에도 주저 없이 "저희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김태한의 꿈은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오페라 가수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부족한 영어 탓에 이를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I want to be a super star)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그는 "9월부터 베를린국립오페라극장의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됐는데, 조연, 단역부터 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로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할을 꼽았다.

"바리톤에게는 꿈같은 역할인 피가로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저한테 음이 많이 높아 아리아에 도전했다가 여러 번 좌절했어요. 그래도 제가 아직 어리니까, 나이가 좀 차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태한은 이날 1988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 남성 성악가들의 '경력 단절' 요인으로 꼽히는 병역도 면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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