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말소 안돼서' '사택관리사가 전세 줘'…대전 깡통전세 사기수법
기사 작성일 : 2023-06-05 18:00:17
대전 법원 현판


[ 자료사진]

(대전= 박주영 기자 = "말소가 안 돼서 그래요…사택 관리하는 회사에서 월세를 안 넣었나보네…"

대전 수백억원대 '깡통'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은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런 말로 피해자들을 안심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송작가 A(40·여)씨는 5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때마다 공범인 직원 B씨를 시켜 이같이 설명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A씨가 포함된 일당은 대전에 법인을 세운 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갭투자를 통해 전세 계약된 오피스텔과 빌라 432채를 무자본으로 사들였다.

이어 이를 월세 계약된 매물인 것처럼 속인 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폭탄 때문에 처분하려고 한다'고 말해 시중가의 절반 가격으로 팔아넘겼다.

뒤늦게 전세권이 설정된 것을 확인한 일부 임대인들이 항의하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안 해서 말소가 되지 않은 것이다. 사택 관리 회사에서 전세를 줬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둘러댔다.

질권통지서(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받을 경우 금융기관이 보내는 문서)를 받은 임대인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세입자가 보증보험을 해지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물건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환불해 주다가, 전세 매물임이 발각되는 일이 잇따르자 '임대인은 세입자를 찾아가선 안 된다'는 규칙까지 만들었다.

A씨 일당은 평소 친분이 있던 공인중개사들에게 차익을 남기게 해주겠다며 접근, 매수자들을 모집해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임의로 새긴 임차인 도장을 찍는 등의 방법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는 수법을 사용했고 '인정작업비' 명목으로 매매 건당 중개수수료를 최대 3천만원까지 받았다.

A씨는 사기 범행이 드러난 후 항의하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법인 대표인 C씨(구속기소)가 20년 동안 방송기자 생활을 하면서 유력 정치인들이랑 형·동생 하는 사이다. 사기나 횡령에 눈 하나 깜빡하겠느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B씨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B씨는 사기 범행임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A씨는 "직접 말한 적은 없으나, 'C씨는 사실 돈이 없고 우리 법인도 별거 없다'고 평소 말해왔기 때문에 B씨도 사기 범행에 가담했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공인중개사 등이 낀 일당 7명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오피스텔을 월세 물건으로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64명으로부터 32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