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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트인 한일 안보협력…'천리마' 정보도 美 통해 전달될 듯
기사 작성일 : 2023-06-06 07:00:02
대화하는 이종섭 장관과 하마다 방위상


(싱가포르= 김도훈 기자 =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 사이에 열린 양자회담은 지난 2019년 11월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간 만남 이후 약 4년 만이다.

김귀근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이 '초계기-레이더 갈등' 봉합으로 4년여 만에 숨통이 틔면서 차츰 확대일로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일 국방 수장이 갈등을 덮고 미국과 함께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강화와 해상미사일방어·대잠훈련 정례화를 비롯한 두 나라 간 국방분야 교류 협력을 다양한 수준에서 진전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위협이 안보 분야에서 한일 협력을 견인한 강력한 동력이 됐으며, 앞으로 북한의 공세적 행동이 계속되는 한 대북 대응 등 분야별 밀착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6일 관측했다.

전술핵운용부대의 선제 타격 훈련과 전술핵탄두 전격 공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에 이어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천리마 1형' 발사 등 북한의 압박이 계속될수록 이런 협력의 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미, 미일 등 강력한 양자 동맹이 기초가 되지만, 이런 3각 협력에서 한일관계는 가장 약한 고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일 안보 협력 확대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는 미국의 압박도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일본 자체의 필요성에도 기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국방 당국 간 교류와 협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안보 협력을 더욱 증진키로 한 것도 양국이 안보적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3년 반 만에 이뤄진 한일 국방장관회담 결과를 설명한 자료에서 일본과의 안보협력에 대해 "중요성", "긴밀한 소통", "진전", "신뢰 구축", "다양한 수준에서의 협력"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일본 방위성도 "한일 방위 당국간 상호 신뢰를 높이면서 다양한 수준에서 더욱 연계하고 교류를 도모하기로 했다"면서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방위 당국 간 재발 방지책을 포함한 협의를 가속하기로 했다"고 한국 국방부와 같은 기조를 보였다.

양국 국방 당국의 이런 자세는 초계기-레이더 갈등을 더는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말자는데 공감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한일이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양국 국방 당국 간에 심각한 문제가 초계기 갈등이었는데 양국이 관계 해결 의지에 따라 이를 덮고 가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계기 갈등' 한일간 협의(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한일 초계기-레이더 갈등은 2018년 12월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일본 측은 초계기 내부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라고 공개했고,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양측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간 양국은 초계기-레이더 갈등을 풀기 위한 실무협의조차 하지 않다가 이번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전격 실무협의를 했고, 그 협의를 통해 일단 덮자는데 공감해 향후 안보협력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4일 열린) 장관회담 전까지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그 협의는 상호 입장을 재확인하고 어떠한 해결 방안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한 것"이라며 "그 결과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조율돼 회담 때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은 이번 싱가포르 3국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연내에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warning data)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한다.

일본 쪽으로 날아가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궤적 등은 지구 곡률에 따른 음영구역이 발생하는 데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도 서해나 한국 근해로 떨어지는 북한 미사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국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해상미사일방어훈련을 정례화하는 것은 나중에 요격체계의 실시간 연동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미는 현재 서해에서 인양 작업 중인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잔해가 수거되면 공동 분석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분석 결과는 미국을 통해 일본에도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북한 미사일 등에 대한 공동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천리마 1형 발사 실패로 거저먹는 거나 마찬가지인 북한 최신 장거리 로켓 기술 등의 정보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합동참모본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추정 물체 인양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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