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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지고도 유려한 선율…동서양 만난 '리:오리엔트'
기사 작성일 : 2023-09-20 18:00:30
공연 리허설하는 국악인 정상희


[촬영: 임채두 기자]

(전주= 임채두 기자 = "아이고 마누라. 날 버리고 어데를 가오."

소리꾼 정상희의 단단한 발성이 4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넓다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판소리 심청가 중 '상여소리'의 한 대목을 부르며 심봉사의 애닳는 심정을 절절히 표현했다.

정상희의 구슬픈 독백을 끝나갈 즈음 세타르(류트 형태의 발현악기) 연주자인 키야 타바시안(Kiya tabassian)이 소리를 이어받았다.

섬세하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끝에서 지구 반대편, 지중해 고음악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정상희와 키야 타바시안은 동양과 지중해 음악을 유기적으로 이으며 소리로 하나 되는 진풍경을 선사했다.

여기에 음악가 패트릭 그레함의 퍼커션과 에티엔 라프랑스의 커다란 더블베이스가 더해지면서 소리가 웅장해졌다.

이 틈을 뚫고 나오는 오병옥의 대금 선율은 심청가 특유의 구성진 음을 일깨워줬다.

소리꾼과 연주자 7명이 눈빛을 교환하면서 서서히 호흡을 맞춰가자 시간이 갈수록 공연 완성도가 높아졌다.

상여소리 의 한 대목을 마친 이들은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의 파트를 수정했다.

이후 판소리 적벽가 중 새타령도 맞춰보면서 본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이 준비하는 공연은 오는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막이 오르는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공동제작 '리:오리엔트'(re:Orient)다.

이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준비한 공연 중 하나로, 세타르 명인으로 불리는 키야 타바시안과 지중해, 페르시아 음악에 정통한 음악인들을 초청했다.

지구 반대편 두 오리엔트 음악의 만남을 주선해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보자는 게 소리축제 조직위의 구상이다.

소리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고도로 숙련된 정상희의 보컬, 유려하고 풍부한 지중해의 선율은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것"이라며 "동서양의 음악인들이 빚어낸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소리에 눈을 뜨는 경험을 선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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