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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표현자유 침해논란 '대북전단 살포금지' 위헌 결정
기사 작성일 : 2023-09-26 20:00:32
대심판정 들어서는 헌법재판관들


김성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2조·7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헌법소원 심판 등의 선고를 내렸다.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대북전단 살포금지 관련 규정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은 북한을 향해 특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토록 규정한다. 이번에 헌재 심판 대상에 오른 대상은 1항 3호가 규정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금지한 부분이다. 재판관 7명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라며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관련 규정은 2020년 12월 14일 국회를 통과한 뒤 같은 달 29일 공포됐다.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공포 당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약 2년 9개월 만에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관련 규정은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의 의견을 보면 대북전단 살포금지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이어서 지나치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재판관들은 "주민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입법 없이도 대안 수단을 충분히 강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헌재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 규정을 위헌으로 규정한 만큼 대북전단 살포와 접경지역 주민 등의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정책적인 후속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대북전단은 그간 남북 간 주요 갈등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규정은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의 반대 속에 추진했다. 헌법 소원을 낸 27개 단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뒤 해당 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부르며 반발해 왔다. 이번 위헌 결정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접경지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일부는 그간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주민의 알 권리에 역행한다며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오면서도, 이와 별개로 전단 살포가 접경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폭넓은 표현의 자유 구현을 보장하면서도 민감한 남북관계를 감안하고 국민의 안전 보장을 동시에 담보할 최적의 해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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