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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협회, 50년 머물던 자리 떠나야…부지 계약 종료 앞둬
기사 작성일 : 2023-09-28 10:00:34

(의왕= 최종호 기자 = 국내 나환자(한센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한센복지협회(한센협회)가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경기 의왕시 본부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


[한국한센복지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8일 한센협회와 천주교 수원교구에 따르면 현재 협회 본부가 들어선 의왕시 오전동 산 87번지 일대는 천주교 수원교구 소유 땅이다.

수원교구는 나병 퇴치 사업을 위해 1975년 4월 이곳을 한센협회에 50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약정을 체결했다. 2025년 4월 약정 만료까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수원교구는 약정이 끝나면 이곳에 '가톨릭 복합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복합타운에는 오전동 성당과 가톨릭 교육문화회관, 요양 시설, 병원, 청소년 수련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한센협회는 아직 마땅한 이전 부지를 찾지 못했다.

한센협회는 사실상 국내 마지막 한센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센 환자들의 복지기관뿐 아니라 연구기관 노릇까지 겸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거쳐 나균이 발견되는 경우에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모두 한센협회로 이송된다.

협회 본부에는 지금도 환자 15명가량이 입원해있으며, 의사 2명과 간호사 10여명이 이들을 돌보고 있다.

한센협회 본부는 1만1천570㎡ 면적의 부지에 한센 환자 입원실 건물과 협회사무실·일반피부진료소 건물 등 2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청


[수원교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센협회 측은 현재 부지에 50년 가까이 머물렀고 환자 가족, 의료진 등의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의왕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새로운 부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임대료를 새로 내야 하는 경제적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기존 부지 약정 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이전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센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땅을 내어준 천주교에 감사하다"며 "이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한센인과 한센협회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의왕시에서 부지를 알아보고 같이 고민하기로 했으며, 다른 지역도 적당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관계자는 "한센협회의 이전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회 측과 분기별 1차례 정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며 "협회 측과 꾸준히 소통해서 협회는 이전을, 수원교구는 가톨릭 복합타운을 조성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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