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전지혜 기자 = "요새 '백세인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매일 황토밭을 걸으면 120살까지는 살겠어요."
서귀포 혁신도시 숨골공원에 조성된 황토 어싱광장
[촬영 전지혜]
일요일이던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숨골공원에 조성된 황토 어싱광장에는 어린 아기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모여 맨발로 황토를 밟았다.
가족이 함께 말캉말캉한 황토에 손발로 도장을 찍고, 광장 가운데 세워진 돌하르방 모양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물웅덩이에 과감히 발을 디뎌 시원함을 느껴보기도 하는 등 저마다 자유롭게 맨발 걷기를 즐겼다.
특히 이곳 어싱광장은 길이 아닌 광장 형태로 넓게 조성돼 아이들에게는 흙 놀이터가 되고 있다. 온몸을 황토로 물들인 채 본격적으로 '촉감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많고, 흙 놀이용 장난감을 챙겨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객은 "옷에 황토물이 들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버릴 옷이나 어두운색 옷을 입고 와야 한다"며 팁을 전하기도 했다.
아직 걸음마가 익숙지 않은 아기의 손을 잡고 함께 맨발 걷기를 하던 노부부는 "손자가 낯설어하거나 싫어할 줄 알았는데, 더 걷고 싶은지 우리 손을 잡고 이끈다"며 활짝 웃었다.
3살 딸과 함께 온 30대 박모씨는 "황토 광장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도심에서는 이런 공간을 찾기가 힘들지 않나"라며 "아이도 즐거워하고, 저도 맨발 걷기를 처음 해보는데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어싱(Earthing)은 '맨발 걷기'를 말한다. 맨발로 땅을 밟으며 지구와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의미로 스트레스와 불면증 해소, 혈액순환이나 두통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어싱광장 조성 전후 모습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0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전국 최초로 황토 어싱광장을 개장한 이후 큰 호응을 얻으며 하루 평균 300여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토 포장 1천707㎡과 세족장을 비롯해 주변에 톱밥 촉감 체험장과 몽돌 발 마사지길, 산책로 등이 갖춰져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 좋다.
애초 도시공원 내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빗물 저류지로, 평상시 활용도가 낮아 잡목과 덩굴로 인해 미관을 해치는 곳이었다.
이에 시는 정비 방안을 고민하던 중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저류지 바닥 일부 구간에 황토를 깔았고, 그 결과 시민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도심 속 주거지역 인근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제주시민이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서귀포시의 주요 건강지표가 전국 평균 대비 최하위 수준인데, 건강과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맨발 걷기를 통해 시민 건강이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싱광장 조성은 지난달 제주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17개 사업 중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서귀포시 동홍동 '동이홍이네 힐링 황톳길'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6일에는 서귀포시 동홍동 동홍천 인근에 '동이홍이네 힐링 황톳길'이 개장했다.
동이홍이네 힐링 황톳길은 동홍천 산책길 코스에 마른 황톳길 200m와 질퍽 황톳길 125m 등 총길이 325m로 조성됐다.
급경사 없이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하게 만들어졌으며 경관 조명, 세족장, 쉼터 등 편의시설도 설치됐다.
해수욕장 모래밭도 맨발 걷기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수욕장은 폐장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제 해수욕객 대신 신발을 손에 든 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자주 맨발 걷기를 한다는 60대 부부는 "해질녘 해수욕장에 들러서 모래밭에서 맨발로 몇번씩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 기분이 정말 좋다. 사부작사부작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금모래로 유명한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수욕장도 종일 산방산을 바라보며 해변을 따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제주시 비자림 송이길도 맨발 걷기 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 송이가 깔려 있고 경사 없이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며, 손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도심과 가까운 제주시 아라동 소산오름 편백나무숲길에도 최근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길이는 짧지만 숲속에서 나무 사이를 맨발로 걸으며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귀포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에도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해볼 수 있는 맨발 걷기 체험장이 올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