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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한 헌신, 기억하겠습니다" 소록도 성당서 추모 미사
기사 작성일 : 2023-10-01 13:00:30
소록도 병사 성당


[ 자료사진]

(고흥= 장덕종 기자 = "39년 동안 소록도에서 우리를 위해 봉사하신 마가렛 할매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39년간 한센인을 돌본 전남 고흥군 소록도.

마가렛 간호사가 고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1일 소록도 안 성당에는 추석 연휴에 이은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많은 한센인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을 정성으로 돌봤던 마가렛 간호사의 헌신을 기리고 추모하는 위령 기도를 드리기 위해 미사에 참석했다.

바깥세상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각종 금지규제가 거의 풀렸지만, 소록도는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아직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도 이곳에 거주하는 한센인들만 자리를 함께했다고 성당 관계자는 전했다.

소록도 성당 이준호 신부는 마가렛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 모인 한센인들에게 위령 기도의 시작을 알렸다.

고령의 한센인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고인이 된 마가렛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영원한 안식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30여분간의 긴 시간 동안 기도를 올린 한센인들은 지금이라도 곁에서 좋은 말씀을 해줄 것만 같은 고인에게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소록도 성당과 한센인들은 10월 한 달을 마가렛 간호사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매일 마가렛을 위한 위령 기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소록도 천사' 마가렛


(광주= 소록도에서 40여년 간 봉사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88) 간호사가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 사진은 2017년 9월 촬영한 마가렛의 모습. [김연준 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준호 신부는 "마가렛이 소록도에서 봉사하면서 한센인들이 큰 은혜를 받았다. 그 따뜻한 사랑을 지금도 기억하고 느끼고 있다"며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 봉사한 마가렛을 위해 마땅히 매일 기도를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록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령의 한센인 감염 우려로 지금까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돼 마가렛 간호사 추모행사도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센인 대부분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인데다 면연력이 약한 상황에 매우 위험할 수 있어 격리를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

고흥군 관계자는 "소록도병원 측과 논의하고 있지만 추모행사를 소록도 안과 밖이 함께 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며 "외부에서 자체적으로 추모 행사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로 88세인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골절 수술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마리안느 간호사와 구호단체를 통해 소록도에 파견된 그는 공식 근무기간이 끝난 후에도 소록도에 남아, 1966년부터 2005년까지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나이 들면서 자신들의 건강도 나빠져 한센인들을 돌보기 힘들어지자, 두 간호사는 "섬사람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2005년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함께 떠났다.

마가렛 간호사는 이후 단기 치매 등으로 요양원에서 지냈으며,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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