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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40년만에 개방' 인천 내항 썰렁…"항만기능만 축소"
기사 작성일 : 2023-11-15 08:01:11

지난 12일 썰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천 내항 개방구역


[촬영 홍현기]

(인천= 홍현기 기자 = 인천시가 140년 만에 항만을 시민 품에 돌려준다며 인천 내항 1·8부두를 개방했지만 즐길 거리가 없어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시께 찾아간 인천시 중구 인천 내항 8부두 개방구역은 오가는 사람 없이 고요했다.

이 부두는 항만 보안구역에 포함돼 일반인의 출입이 가로막혔다가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 개방된 곳이다.

인천시는 "1883년 개항 이후 140년 만에 인천항을 개방한다"며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였으나 부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풍겼다.

인천시가 부두 개방과 함께 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대형 잔디광장·파고라(그늘막)·산책로·미디어월도 이용자 없이 방치되긴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이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처럼 인천항 개방구역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방문객을 유인할 만한 매력 있는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인천시는 이곳이 친수공간이라고 홍보하지만, 바다와 접하는 경계에는 보안상 이유로 높은 철책이 설치된 탓에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기도 어렵다.


내항 개방구역과 바다의 경계를 따라 설치된 철책


[촬영 홍현기]

주변 주민들도 바다를 보고 싶을 때면 인근 월미도를 가거나 차량으로 10∼20분 거리에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경인아라뱃길·영종도 등지를 찾고 있다.

인천시 중구 주민 김모(43)씨는 "철책에 둘러싸여 있는 개방구역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며 "딱히 즐길 거리도 없어 한 번만 가봤고 다시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항만업계는 "시민이 찾지도 않는데 무리하게 항만기능만 축소했다"며 인천시의 부두 개방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시의 개방 계획에 따라 이곳을 임차했던 인천내항부두운영주식회사(IPOC)에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하면서 항만업계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해양수산부와 인천시가) 잘 돌아가던 내항 항만의 기능을 정지하겠다고 하고 일부를 조기 개방했는데 시민들도 이용하지 못한 채 붕 떠 있는 상태가 됐다"며 "인천시는 개방이라는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를 먼저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시는 앞으로 내항 일대를 대상으로 원도심 부흥 프로젝트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하면서 개방구역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내항 1·8부두 28만6천㎡ 부지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내항 8부두 내 옛 곡물창고(1만2천㎡)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복합문화시설 '상상플랫폼'이 내년 3월 개장하면 개방구역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개방구역 안에 야광 그네와 포토존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즐길 거리를 확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내항 재개발이 완료되면 일대에 새로운 워터프런트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인천 내항 개방 행사


[인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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