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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대상 의사 정혁준 "받은 만큼 나눌 수 있어 행복"
기사 작성일 : 2023-11-23 20:01:01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정혁준씨.


[코이카 제공]

김지선 기자 = "제가 받은 만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상까지 주시니 영광스럽네요."

우간다와 방글라데시에서 대장항문외과 분야 선진 의료 기술을 전파하는데 앞장선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정혁준(47) 씨는 지난 21일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특히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활동을 통해 개발도상국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태석상'도 함께 수상했다.

22일 화상으로 만난 정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아버지 사업 부도로 학비를 내기 힘들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며 "아프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것은 인생의 사명"이라고 소개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가톨릭대 의대 재학 시절부터 의료 선교를 꿈꿨다는 정씨는 지난 2007년 군 복무 대신 한국-방글라데시 친선병원 파견 근무로 해외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정혁준씨.


[본인 제공]

이때 개도국이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울 '빅5' 병원 전임의로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17년 아내, 자녀까지 데리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고생을 각오하고 왔지만, 우간다 뮬라고국립병원에서의 처음 1년은 "몇번이나 다시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예정된 수술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미뤄지기 일쑤였고,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양인 의사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하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끝까지 설득해 수술을 집도했고, 말기 암 환자가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들은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의료인력 양성과 의료인프라 구축에도 열심이었다.

내시경 시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병원 내 관련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우간다 최초로 의료진에게 내시경·복강경 시뮬레이터 교육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씨는 "대장암·직장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은 우간다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볼라가 차례로 우간다를 덮쳤을 때도 현지에 남아 병원을 지키며, 코이카를 통해 마스크·개인보호장구(PPE) 등 방역용품을 들여오기도 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를 선물하겠다고 나서거나 직접 키운 채소·달걀을 싸 들고 온 환자를 마주하는 순간은 보람되지만, 장루 주머니(인공 항문) 사용을 거부해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먹고 살기 빠듯해 건강검진은 '언감생심'이다 보니 암 조기발견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정씨는 주우간다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ERCP(내시경적 역행 담췌관조영술) 검사 장비와 도입을 준비 중이다. 오른팔을 무리하게 쓰다 보니 근육에 이상이 생겨 자신도 환자 신세가 됐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앞으로도 당분간 우간다에 머물 생각이다. 당초 4년을 기약하고 왔지만 '외과 의사의 전성기'로 꼽히는 40대를 우간다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정씨는 "든든한 후원자"인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장비 하나도 허투루 구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좀 더 많은 이들이 글로벌협력의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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