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모여라'…경남퀴어문화축제 거리 행진
(창원= 정종호 기자 =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맥스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창원광장 인근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2023.11.25
(창원= 정종호 기자 =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인권을 알리는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반대 단체 측과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25일 오전 11시부터 경남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주최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맥스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2019년 첫 개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현장 행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온라인에서 개최됐고, 2021년과 2022년에는 중단됐다.
행사에는 주한캐나다대사관을 포함한 20개 부스가 참여해 각각 성 소수자를 홍보하는 물품을 판매·배부했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은 무지개색 단풍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마스크 100여개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대사관 관계자는 "LGBT의 인권과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인근에는 성 소수자를 뜻하는 무지개 깃발이 곳곳에 휘날렸다.
영남지역 성소수자 지지 모임 부스를 준비하던 김민준(21)씨는 "(4년 만에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성 소수자들이 사회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했다는 이모(27)씨는 "이곳에 오니 성 소수자인 걸 숨기지 않아도 돼 좋다"면서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들
(창원= 정종호 기자 =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맥스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2023.11.25
축제 참가자들은 무지개무늬 머리띠를 착용하는 등의 모습으로 행사장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부스에서 페이스페인팅을 받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행사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성산구 창원광장과 상남분수광장 등을 거쳐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2.7㎞ 구간을 1시간 30분가량 행진하며 경남도민에게 성 소수자 존재를 알렸다.
경남기독교총연합회와 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등 기독교·보수단체는 이날 퀴어문화축제 행사장과 수백m가량 떨어진 성산아트홀과 창원시청 인근 도로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동성애 퀴어 반대'
(창원= 정종호 기자 =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산아트홀 인근 도로에서 열린 '퀴어 반대 연합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퀴어 축제와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5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은진(46)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중학생 때 학교에서 동성애자를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지지는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른 문제라는 걸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50대 정모 씨는 "이번 축제가 어린아이들에게 동성애와 관련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까 두려워 이렇게 왔다"며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인근에서는 기독교인이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퀴어문화축제 반대 1인 시위
(창원= 정종호 기자 =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자 한 기독교인이 현수막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023.11.25
경찰에 따르면 퀴어문화축제에 200명, 반대 종교·단체집회에 1천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당초 퀴어문화축제엔 1천명, 반대 집회엔 2천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찰은 이날 충돌에 대비해 축제 행사장과 반대 집회 장소 인근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1천여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