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경기 성남시의 위탁으로 을지학원 측이 운영 중인 공공기관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이 20명, 한 해 예산이 30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기관임에도 을지학원 측이 임명한 센터장의 비위와 갑질 논란, 근로계약 차질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 공공기관에 대한 을지학원의 운영권 박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을지재단 산하 을지학원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는 보도채널 TV를 제대로 경영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
[촬영 홍기원]
28일 취재 결과 경기도 성남시는 고령화에 대응해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고자 2012년 10월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했다.
시는 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고령친화기업에 대한 지원 부분의 경우 시가 직접 센터를 운영할 경우 자칫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 센터 설립 때부터 관내에 있는 을지대학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위탁 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져 현재까지 세 차례 계약이 연장됐지만 내년 6월 30일까지인 이번 계약 이후 추가 연장은 없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센터 운영이 삐그덕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센터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1년간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유사 기관에 비해 센터 직원 임금이 적어서 잦은 이직과 사기 저하, 사업 연속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이에 시는 센터 인건비 개선 명목으로 9천500만원을 증액한 2023년도 센터 예산안을 지난해 마련했지만, 임금 상승분은 올해 10월이 되어서야 지급됐다.
시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센터에 대한 지도점검을 벌인 결과 임금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지적함에 따라 임금체계 확립 이후 뒤늦게 지급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임금체계가 을지대의 것도 아니고 성남시의 것도 아니면서 정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회계서류 부분에서도 미비한 점이 발견돼 약 7천700만원의 예산을 환수 결정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작년에 마무리됐어야 할 직원들의 2023년도 근로계약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센터장 교체 등의 이유로 진행되지 않다가 지난달 뒤늦게 이뤄졌다.
그동안 직원들은 신분 불안을 호소했고 결국 올해 7명이 퇴사해 현재 직원 수는 정원의 절반 수준인 11명에 불과하다.

을지재단
[촬영 이주형]
직원들은 최근 낸 입장문에서 "센터장은 업무 파악이 덜 됐고 지도점검 이후 시의 지시를 따른다는 이유로 임금 상승분 지급과 올해 근로계약을 미뤄왔고 그동안 센터를 지켜왔던 직원들이 지쳐 떠났다"며 "센터의 발전을 저해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센터가 거둔 성과는 을지대와 센터장이 만든 것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관련 기업과 기관, 시민들과 소통하고 노력해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현 센터장은 "모든 과정은 절차대로 그리고 시의 지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현재 다 해결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센터장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전임 A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속해 있는 학회의 정기 학술대회를 센터에서 개최하며 이를 센터 워크숍인 것처럼 꾸며 센터 예산 수백만 원을 현수막 제작, 도시락 구매 등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데 사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원주에서 열린 센터 워크숍 회식 도중 자신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직원 10여명과 함께 술자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당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직원들에게는 퇴사 운운하며 음주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A 센터장은 자신이 속한 학회 학술대회에 사용된 센터 예산을 반납하고 지난해 12월 31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A 센터장 문제를 처음 제기한 최종성 성남시의회 의원은 "이 센터는 설립 때부터 정부 기관과 광역,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질 정도로 주목받았는데 을지대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을지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여러 의원과 함께 이번 계약이 끝난 뒤에는 성남시 산하 성남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