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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3년10개월 끈 '울산시장 선거개입' 1심…사법정의 뭉갠 늑장재판
기사 작성일 : 2023-11-29 17:00:30

법정 나서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


서명곤 기자 =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23.11.29 [공동취재]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1심 선고 결과가 29일 나왔다.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사건의 핵심 부분이 1심에선 유죄로 결론났다.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당대표) 관련 수사에 연루된 핵심 피고인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다만 송 전 시장 경쟁자에게 경선 포기를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2020년 1월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 결과다. 피고인의 방어권 방어를 중시한다손 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늑장재판이다. 공직 선거를 훼손한 범죄는 신속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무너진 대표적 사례가 될 듯하다.

1심 판결문에 비춰본 이번 사건은 권력 최상층부와 공적 조직이 개입해 공정선거의 룰을 훼손한 중대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비위 정보를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에게 제공했고, 황 의원은 김기현 관련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1심에서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백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실이 하명수사에 개입하는 등 선거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표적수사를 받던 김기현 당시 야당 후보 측근들은 선거 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물론 아직 1심 결과이고 피고인들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고 항변하고 있어 추후 상급심 재판 진행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이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금고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5년간 선거에 출마할 권리도 박탈된다. 그러나 결론이 너무 늦어지면 법 취지와 처벌 조항 모두 무의미해진다. 선거법을 어기고 반칙으로 당선된 공직자가 버젓이 임기를 마친다면 선거 부정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결국 선거법 수사와 재판은 신속이 생명이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최종심을 1년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이번 사건의 기소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덮고 넘어가려고 한 것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김명수 사법부 체제하에서의 늑장 재판이었다.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이 기소된 건 2020년 1월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판을 지연·공전시켰다. 첫 재판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부장판사는 준비 기일만 6차례 열었을 뿐 1년 3개월 동안 본재판을 시작도 하지 않다가 2021년 4월 돌연 휴직했다. 새 재판부가 구성되고 첫 본안 재판이 열린 것은 기소 이후 무려 1년 4개월 만인 2021년 5월이었다. 그러는 사이 울산시장에 당선됐던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했다.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은 기소된 이후인 2020년 4·15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상급심 진행 과정에서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다 보니 본령에 해당하는 사법 정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인선절차가 진행 중인 새로운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해본다. 그것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를 지탱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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